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연인 공유’하자던 자매의 충격적인 약속은…

국내 알려진 에쿠니 가오리 신작

아르헨티나 일본인 마을서 자란
두 자매 엇갈린 인생·사랑 다뤄

 

 

 

에쿠니 가오리가 전하는 새로운 사랑 방정식 ‘별사탕 내리는 밤’은 일본과 아르헨티나에서 펼쳐지는 두 자매의 사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일본인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와코와 미카엘라.

조용하고 냉소적인 사와코와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미카엘라는 정반대의 성격임에도 무엇이든 함께 의논하고 행동하며 자매만의 독특하고 단단한 우애를 다져갔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사와코는 다쓰야라는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사와코를 따라 일본으로 유학을 온 미카엘라 또한 다쓰야에게 호감을 느낀다.

문제는 자매가 어린 시절,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이다.

사와코는 처음으로 미카엘라에게 다쓰야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다쓰야와 결혼해 일본에 남게 된다.

미카엘라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아이를 임신해 갑작스럽게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고 그렇게 자매는 일본과 아르헨티나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사와코는 다쓰야에게 이혼서류 한 장을 남긴 채 자신의 어학원 제자였던 연하의 연인, 다부치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도피행을 택한다.

딸 아젤렌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던 미카엘라의 일상은 언니 사와코의 갑작스러운 이혼 선언으로 다시 한 번 뒤집히게 되는데….

한국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2019년 새로운 소설로 돌아왔다.

에쿠니 가오리, 사랑, 그리고 별사탕…. 그녀의 섬세한 문체와 반짝이는 스토리는 백지에 좌표를 그리듯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어린 시절,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자던 자매의 약속은 우리에게 생경한 충격을 건넨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밖으로 드러나는 자매의 행실이 아닌 예상 불가능한 그녀들의 시작점, 뿌리는 어디였을까 하는 물음이다.

그녀들에게 사랑이란 진정한 자신을 찾아 나가는 모험이다.

그 모험의 답이 일본계 아르헨티나 이민자 2세라는 국적에 대한 정체성인지, 아니면 연인, 결혼이라는 신뢰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의심인지는 알 수 없다. 자매에게 해답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녀들이 계속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흥미로운 건 그녀들이 길 잃은 어린 소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심이 없고 망설임 없이 발을 뗀다.

그리고 그 길이 잘못된 길이었다는 걸 깨달을 때면 미련 없이 뒤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그 발자국에는 어떤 후회와 미련도 담겨있지 않다.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던 양, 그래서 우리는 자매의 발칙한 행동에 대해 함께 고민하거나 의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

그저 그녀들의 선택을 따라 도쿄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횡단하듯 소설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면 된다.

/정민수기자 jms@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