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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송시선]명퇴 신청교사 급증이 의미하는 것

 

오래간만에 만난 오 선생은 미소 띤 얼굴로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쓸쓸함과 자괴감이 가득 담긴 긴 한숨이었다. “나 명퇴 신청했어.”

정년을 몇 년 앞둔 오 선생은 학생과에서만 잔뼈가 굵은 베테랑 학생주임이었다. 엄격한 성품에 학생들에게는 무서운 선생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상한 마음 씀씀이에 아버지라고 부르는 용감한 녀석들도 있었다. 매년 스승의 날에는 졸업생이 제일 많이 찾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또 주례를 가장 많이 봐준 인기 주례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명퇴를 신청한 것이었다.

오 교사는 올 초부터 출퇴근 방법을 바꾸었단다. 십 년도 넘게 도보로 다니던 것을 자가용 운전으로 바꾼 것이다. 집에서 십여 리 떨어진 학교까지 운동삼아 걸어다닌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나도 같은 경험을 몇 번 했기 때문이었다. 즉, 목불인견 현장을 차마 눈 뜨고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공원을 잘 꾸며 놓는 곳이 많아졌다. 그런데 공원마다 구석진 곳이 있게 마련이고 또 아늑하게 쉬라고 벤치도 조경수로 둘러싸 경치도 좋은 곳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곳에 성인 남녀가 분위기 잡는 것까지는 좋은데 조금 어두워진 저녁 무렵이면 학생들이 그런 곳을 점령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학생 신분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 교사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명퇴 신청을 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그들의 반발이었다. 심지어 신변 위협까지 느낀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그래도 타이르면 말을 듣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아예 두 눈을 똑바로 부릅뜨고 대든다는 것이다.

특히 담배 피우는 것을 제일 많이 지적하게 되는데 전에는 그래도 숨기거나 바로 끄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지금은 고개만 돌리고 아주 당당하게 피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아이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우에는 아예 말을 걸 생각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은 교복을 입고 남녀 학생이 애정 행위를 하는 현장을 보고 훈계를 했더니 남자 아이가 거의 광분에 가까운 반항을 해 가까스로 현장을 모면했다는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듣는 나로서도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학생들의 대응 강도는 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강해졌다.

좋게 보면 자신의 의사표현 능력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부정적 측면에서도 강해지니 그것이 문제다. 상담교사들에 따르면 최근 상담실에 의뢰해 오는 항목 중에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교사에 대한 반항과 학생들 흡연이다. 특히 여학생들의 흡연 심각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월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6039명이라고 한다. 2018년 4,632명에 비해 약 30%가 증가한 것이고 2017년에 비하면 무려 65%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 6년간 명퇴 교원이 정년 퇴임한 교사보다 세배 가량 많다고 한다.

학생들의 권리의식 향상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러나 권리에 뒤따르는 책임의식은 오히려 반비례하는 느낌이다. 더불어 학생 인권이 향상된 만큼 상대적으로 교권이나 교원 지위도 실추된 느낌이다. 교사들 본인부터 이제 교직은 3D 직종이라는 표현을 자조적으로 하고 있다.

학교는 진보 속도가 완만해야 한다. 모든 정책 시행에는 과도기나 완충시기가 필요하다. 어느날 갑자기 충분한 사전 교육 없이 권리만 주어지면 그 후유증은 감당하기 힘들다. 머리 염색, 화장, 초미니 스커트 교복…. 한 세대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지금 아무 제약 없이 행해지고 있다.

슬로우 라이프가 학교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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