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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까마귀떼 피해

아랍에선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며 길조라 부른다.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를 신화적 존재로 여기고 있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태평양 연안 아메리카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동양에서도 비슷하다. 중국의 태양신화엔 태양의 정기가 세 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고분벽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일본은 까마귀를 영조(靈鳥)라 하며 떠받들기까지 한다. 흑색의 날개, 울음소리, 날카로운 눈빛 등이 신비적인 인상을 준다며 오래전부터 신의를 전달하는 새로 여겨 왔다는 것.

우리나라에선 까마귀를 ‘새끼가 자라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새’라 하여 반포조(反哺鳥), 혹은 자오(慈烏), 효조(孝鳥)라 부르기도 한다. 조선 후기 시인 박효관은 ‘교훈가’에서 까마귀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 누가 까마귀를 검고 흉하다 했는가/반포보은이 이 아니 아름다운가/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하지만 예부터 까마귀는 깃털색이 검고 울음소리도 불길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일반적으론 흉조로 분류하고 나쁜 징조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저지르게 한다고 해서 악마의 새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1963년 개봉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에선 인간을 무차별 공격하는 조류로 묘사돼 공포와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와 같은 시조가 있듯 곧잘 ‘속까지 더럽고 음흉한 악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까마귀는 몰려다니는 게 특징이지만 ‘리더’가 없다.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수원 일대에 이 같은 까마귀 수천 마리가 석 달 넘게 서식과 군무(群舞)를 하며 정전 사고를 일으키고 테러 수준의 배설물까지 뿌려대는 바람에 주민 불안과 피해를 가중 시키고 있다고 한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도심의 까마귀떼 출몰, 피하는게 상책이 아닌가 싶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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