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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성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도 인정

“타인 생명 뺏는 군사훈련 못해”

法, 중벌 원한 20대에 무죄선고
“훈련거부 인한 불이익 더 크고
병역거부 신념 형성 배경 참조
절박·진실한 양심 따른것 판단”

법원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년간 예비군훈련을 거부해 온 20대 남성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더욱이 법원이 ‘비폭력주의’ 등 개인의 신념에 따른 양심을 인정한 사례로, 향후 양심적 병역거부의 폭이 종교를 넘어 윤리·도덕·철학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이재은 판사)은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가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주변의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고통,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는 불이익에 훈련에 참석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판시했다.

이어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대로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행위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이런 신념을 갖게 된 배경 등을 검토한 끝에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하면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다.

그는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여러 매체를 통해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이는 전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됐다.

이런 이유로 입대를 거부할 결심을 했지만 입영 전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양심과 타협해 입대하게 됐다.

그러나 신병 훈련 과정에서 군 복무는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임대를 후회했으며 결국엔 자원해서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관리병으로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더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모든 예비군훈련에 참석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예비군 훈련거부가 절박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박건기자 90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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