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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2월 그리고 3월

 

 

 

 

 

세월이 흐르는데 경계가 있던가, 나이를 먹는데 티가 나던가. 가을인가 하였더니 겨울이 깊어가고, 청년 시절인가 하였더니 어느새 중년으로 들어선 것을 느낄 때 사람들은 세월이 무상타 한탄한다. 자연은 입도 벙긋 안 했건만, 인위적으로 해가 떠서 지는 것에 숫자를 매겨 하루라 칭하고, 하루하루를 묶어서 달이라 해 놓고는 날과 달이 빨리 간다며 가슴 태우고 있다.

12개월 중 2월은 애련한 느낌이다. 1월은 새로운 해가 시작되기에 마음이 들뜬다. 새 희망에 부풀어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각오가 대단하다. 하지만 2월은 있는 둥 마는 둥 갈잎 스치는 바람 같아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른 달에는 다 있는 30일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해 왜소하고 허약하게 느껴져서 가련하기 그지없다. 2월은 끝자리 새끼돼지 꼴로 다른 달에 밀려있는 기분으로 왔는가 하는 사이에 벌써 지나가서 징검다리 넘는 격이다.

그에 비해 3월은 어떠한가? 천상에 오르는 아지랑이를 떠올리며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2월이 떠나기 무섭게 도사리고 있던 봄이 우렁차게 북을 울리며 등장하지 않던가. 3월은 개선장군인 듯 온갖 환영을 받으며 찬란하게 나타난다. 3월은 사람뿐만 아니라 만물의 환호를 받으며 으스대고 들어선다.

2월 말일과 3월 초하루 사이에는 휴전선처럼 선이 있는 것도 아니요, 벽을 쌓아놓지도 않았다. 보이지도 않고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를 제비가 울타리 지나듯 훌쩍 건너왔을 뿐인데 그사이에 한 계절이 바뀐다. 순간의 사이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2월이 동토의 달이었다면 3월은 세상을 요동치게 하는 환희의 달이다.

2월이 서서히 물러가고 3월이 다가오고 있다. 새 옷과 새 가방을 준비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은 꿈속에 젖어있다. 머지않아 매화가 방긋하고 길가에는 노란 개나리가 만개하여 행인을 들뜨게 하리라. 까치도 쌍을 이루어 미루나무 가지에 오붓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할 터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호수는 햇살 포근히 내리는 날에 선보이려고 아지랑이를 빚어서 저장하느라 한창 바쁘다. 호수 길 따라 산책하는 주인 곁에서 삽살개도 앞섰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봄맞이 연습에 신이 났다. 해마다 이맘때면 거르지 않는 왜가리와 백로 또한 어김없이 봄소식을 미리 안고 떼로 몰려와서 하늘을 배회한다.

너울너울 쌍을 이루어 사랑놀이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바라본다. 수컷 백로의 우아한 깃털이 유난히 눈부시다. 거리를 지나는 젊은 여인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볍다. 3월은 자고로 여인의 달이라 했거늘, 얼굴에는 미소가 자글거리고 눈동자에는 사랑의 향기가 가득 서리리라.

3월은 나라의 독립을 외치던 우리 민족의 얼이 새겨있는 거룩한 달이다. 특히 다가오는 3월 1일은 우리 국민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본 경찰의 서릿발 치는 총부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독립 만세를 외친지 100주년이 되는 위대한 날이기에 더욱 가슴이 뛴다.

꽁꽁 언 얼음장 밑의 쇠사슬 같던 일제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태극기를 꺼내 들고 피가 맺히도록 만세를 부르며 몸부림쳤을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러한 3월이기에 모두 감격에 겨워 맞이할 것이다.

3월을 생각하면 겨우내 갑갑했던 가슴이 달아오른다. 햇살 가득 받으며 시골의 한적한 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 향에 취해 있을 때 우표 없는 편지를 써서 산 넘고 강 건너 실체 없는 임에게 띄우는 허황한 꿈도 꾸게 한다.

3월에는 친구가 곁에 없어도 무방하다. 발길 따라 걷다 보면 마주치는 것마다 친구고 말동무다. 그중에서도 흙을 뚫고 머리를 치켜든 새싹은 반가움의 극치다. 새싹 앞에 앉으면 대지에서 울리는 봄의 소리가 쿵쾅쿵쾅 들린다. 그 소리는 희망의 울림이요, 환희의 절정이다.

2월이 끝나고 3월이 열리는 날, 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둥근 해를 옷깃 여미고 껴안으련다. 뜨겁고 경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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