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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박완호

고양이가 봄을 할퀴자
허공에서 핏물이 흘렀다

꽃이라는 이름의,

붉은 혀를 내밀며
가늘고 긴 모가지들이
천천히 봄을 조율하고

손톱에 찢긴 하늘에서는
나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 박완호 시집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깊이 파이는 상처와 거기에서 흐르는 핏물을 감내해야 하겠구나, 식물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겠구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겠구나’ 라는 말들이 허언(虛言)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과 눈비를 맞지 않고 사람이 어떻게 ‘나’라는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라는 말들도 별무소용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는 고리타분한 그딴 허식(虛飾)들은, 꽃과 나비의 생생한 이미지에 흠집만 낼 것 같다. 차라리, 고양이가 할 퀸 봄의 허공에서 흐르는 핏물, 핏물에서 피어나는 꽃! 손톱에 찢긴 하늘에서 쏟아져 나오는 나비들! 이 아름다운 그림들 속에만 머물고 싶어진다. 그저 황홀한 생명에 빠져 잠시나마 감옥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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