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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그물처럼 얽힌 세상사

 

 

우리 자신의 삶 자체는 복잡한 그물처럼 얽혀 있으니, 이를 인다라망 因陀羅網이라고 한다.

부처가 세상 곳곳에 머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는데, 산스크리트로 인드라얄라(indrjala)라 하며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뜻은 일종의 무기로 그물코마다 보배 구슬이 박혀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빛들은 무수히 겹치며 신비한 세계를 만들어 내며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어 온 세상으로 퍼지는 법의 세계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화엄철학에서는 ‘인다라망경계문(因陀羅網境界門)’라고 하여 부처가 온 세상 구석구석에 머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세상사, 인간사는 인맥·혈연·지연·학연 등으로 그물처럼 얽혀있다. 말하자면 세상에서의 삶이란 그물의 한 가닥처럼 금전적 이익이며 이해득실로 이해관계로 삶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 이어진다고 하겠다.

그렇게 복잡다난 하게 짜여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의 그물이라면 또 그 그물에는 인생의 좋고 나쁜 감정들이 배어 있으며 이것이 우리의 사고를 흐리게도 하고 감정을 돌출하게도한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사는 관계의 바탕 위에 들어 있으며 일상적 삶의 세말사(細末事)들이 이렇게 세분화 되어 있음이다. 총체적으로 공허한 인생사에서 이는 인간 현실이며 어쩔 수 없는 관계설정이다.

근래의 정치 경험에서 가장 기이한 일의 하나인 ‘국정농단’ 사건과 ‘적폐척결’은 대한민국을 너무도 피로하게 한다. 그것에 사로잡힌 마음에서 도피의 환상이 일어난다. 이 환상은 권력이 너무 강한 정치 체제에서는 많은 이들이 예로부터 느껴온 터부시된 감정일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얽히고 설켜 농단의 주역을 단죄한다느니 혹은 적폐를 척결한다느니 하며 정권 출범부터 쉼없이 진행되고 있는 정권안보를 바탕으로 하는 캠페인이 과연 얽히고 설킨 실타래 같은 세상을 잘도 풀어 나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홀로 세상과 단절하여 살아갈 수도 없는 현실에서 아무리 발을 동동 구르며 체제의 부당함 이며권력자들의 횡포에 대항하려 해도 어느시절 어느때가 무르익어야 가능할 일인텐데, 성급해도 너무들 성급하다고 하여야겠다.

내 밥상의 쌀 한톨도 천지의 은혜와 만인의 노고가 깃들어야 내 양식이 되어지듯, 모든 관계 맺음 없이는 세상에서 단 하루도 홀로 숨 쉬고 살아 갈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세상에서 자기를 감추는 은둔에 대한 사색을 진중하게 해보는 시점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어만자(魚蠻子)’라는 시는 자연 속에 완전히 독립하여 사는 어부를 주제로 하는데 시의 주인공 어만자는 강 위에 배를 띄우고, 배를 집으로 하여 아이들을 기르고, 물고기를 잡아 양식을 마련한다.

동파는 말한다. “인생행로에는 어려움도 많다 토지를 밟고 살면 부역과 세금을 짊어져야하는데 땅 밟고 사는 것은 어만자처럼 물결을 타고 허공에 뜨는 것만 못하다.”

한편으로 더 높은 삶의 차원으로서의 맑은 공공 질서, 또 그보다 더 높은 정신의 초월적 질서에 대한 숨은 소망도 없앨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은 역시나 가진자들의 오만과 독선에 결연히 항거 하지 못하는 자괴감이다. 이 시점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해야할 단계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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