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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문화유산, 활용을 위한 관광관리계획

 

 

 

오래된 케케묵은 논제다. 개발 대 보존 또는 활용 대 관리. 문화유산을 둘러싼 가장 흔한 논쟁이다. 근래 들어 문화재청 내 문화재활용국 신설과 신설부서의 추진사업이 빛을 발하면서 보존에 치우쳐 있던 무게 축이 점차 활용이라는 측면으로 그 무게가 늘어가는 형태를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재 활용에 관심을 두고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등재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등재 이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이와 연계한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시민들의 자부심 향상을 위함이다.

이에 반해 관광 자원화는 문화유산의 보편적 가치, 진정성이나 완전성을 훼손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논쟁의 중심은 양자택일의 사회적 갈등 조장이다.

과거 문화유산은 도시의 중심부보다는 주변부에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확장으로 주변부의 중심부화로 문화유산은 시민의 생활권 속으로 포함됐다.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생활권은 개발제한에 따라 재산권 행사의 어려움을 겪고 지역 공동화, 원도심(原都心)으로 변모됐다. 그렇다고 문화유산이 활용되어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시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 또한 그다지 크지 않았다.

상황과 여건의 차이는 있지만 문화유산을 활용한 외국의 사례를 보자.

중국 항주(杭州)에는 서호(西湖)라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서호는 세계문화유산보다는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상서호(印象西湖)라는 대형오페라의 공연장으로 더 유명하다. 인상서호는 항주 정부가 관광객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장이머우 감독에게 의뢰하여 탄생한 인상시리즈 작품 중 최고작품으로 평가된다. 문화유산 서호를 공연장으로 주변시설과 실경을 활용하여 조명, 음향, 특수효과가 결합한 작품이다.

약 400명이 출연하는 지구촌 최대 수상공연으로 연간 약 30만 명이 관람하는 문화관광상품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더욱 공연에 참여하는 공연단 400여명 대부분은 지역주민으로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밤에는 공연단으로 변신한다. 야간공연 특성상 관광객은 숙박으로 연계되어 관광수입을 증대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선순환 경제로 이어진다.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바스(Bath) 또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지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중 영국 및 유럽전역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목욕’을 뜻하는 영어단어가 이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중세시대 영국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온천 휴양지를 보존과 활용해 년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관광에 따른 경제적 혜택은 오롯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 활용은 차이가 있다. 사회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 지역주민의 우선시 여부다. 활용의 관점에서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문화유산에 대한 관광관리계획이나 방문객관리계획의 여부다. 관광관리계획의 여부는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더불어 활용에 대한 전제가 있다. 보존과 활용이 상호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협력하는 관계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탑, 로타스 요새, 귀네드의 에드워드 1세 시대 성곽군, 버뮤다의 세인트 조지 역사마을과 방어물 등이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문화유산 활용에 대한 지역주민의 참여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팽배해지고 있는 관광의 사회문화적 부작용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과잉관광에 따른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을 최소화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의 활용은 시대적 흐름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활용에 대한 좀 더 고도화된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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