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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이성목



입구도 출구도 없는 곳에

그 둘은 서 있다



좁은 사각형의 철망 안

털이 다 빠지고 눈이 찢긴 투계

결코 부리를 땅에 처박지 않겠다는 저 길다란 목



발톱이 네 벼슬을 거둘 때까지

종은 울리지 않을 것이지만



둘만이 사방이 막힌 철망 안에 있다



사람들은

피 묻은 걸레를 뒤집어 볼 뿐



이 싸움의 이름은 모른다

- 이성목 시집 ‘함박눈이라는 슬픔’

 

 

질투는 우리가 다스리기 힘든 감정 중의 하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여 깎아내리거나 하게 되는 이러한 감정은 때로 하고 싶지 않은 싸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시인은 이러한 우리네 모습을 투계의 현장에 비유해 놓았다. 털이 다 빠지고 눈이 찢긴 상처를 입어도 결코 부리를 땅에 처박지 않겠다는 기다란 목, 입구도 출구도 없는 것 같은 둘만의 꽉 막힌 철창 안에서의 싸움을 보는 사람들은 잠깐 눈을 둘 뿐 진정 싸우는 이유는 관심 밖이다. 우리네 마음의 평화와 관계를 망가뜨리는 이러한 감정, 하지만 질투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네 벼슬을 거둘 것처럼 달려들고 싶은 그 맹목의 순간이 있어 우리는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다. 반성과 좀 더 나은 행동을 하기 위한 모색으로 나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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