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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명곡 찾아라!

그의 작품엔 상황 암시하는 음악 주로 사용
장르별 정리… 작품과 음악의 상세 해설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100곡의 음악을 록, 팝, 클래식, 재즈 등 장르별로 정리하고, 그 음악을 친절히 해설하면서 하루키 작품에서의 의미나 역할, 작가와의 연결고리를 알아보는 약간은 특이한 문학+음악 가이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이 출간됐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서 음악이 무시할 수 없는 주요 요소라는 것, 소설의 주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루키의 기념할 만한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비치 보이스의 ‘California Girls’라는 곡의 이름이 다섯 번 등장하고, 가사가 두 번이나 인용되었는데도 이 곡이 소설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 평론가들은 없었다.

소설 주제를 음악에 의탁하는 문학 작법은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왔지만, 하루키는 이런 금기를 깨고 가장 세련된 형식으로 음악을 소설에 사용했다.

게다가 하루키의 작품을 읽으면, 장르에 따라서 음악이 등장하는 방법에 명확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재즈와 록, 클래식 등 장르마다 작가가 설정한 상징이 있으며, 암시하고자 하는 의미도 제각각이다.

하루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비치 보이스를 예로 들어보자.

‘댄스 댄스 댄스’에서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비치 보이스의 ‘Fun, Fun, Fun’에 맞춰서 휘파람을 불었던 고탄다는 이야기 후반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노르웨이의 숲’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코 씨가 비치 보이스의 곡을 연주하는 장면에는 나오코의 죽음이 강렬하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여자가 ‘나’에게 빌려준 LP가 비치 보이스의 앨범이라는 것이 판명된 시점에서 그녀가 훗날 실종되리라는 사실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비치 보이스의 곡은 하루키의 작품 내에서 죽음이나 이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곡 해석이 달라지는 클래식 또한 하루키의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1Q84’에서 아오마메와 덴고는 각기 다른 버전의 ‘신포니에타’를 듣는다.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듯이 말이다.

조지 셀이 지휘한 연주는 느린 템포에 날카로운 박자감으로 세부까지 하나하나 명료하고 분명하게 그려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타일리시함이 인상적이다.

반면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연주는 중간 템포에 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비한 열정과 근면함이 느껴진다.

셀 음반의 강한 의지는 아오마메의 행동력이나 그 냉철한 성격으로 나타나며, 오자와 음반의 정열과 묘한 촌스러움은 덴고의 인물 설정 그 자체다.

바로 이 두 가지 버전의 연주를 하루키가 직접 준비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지금까지 이런 관점에서 하루키의 소설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이 놀라울 정도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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