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로지르는 어름 삐리의 애달픈 줄타기.
‘쾌지나 칭칭 나네. 쾌지나 칭칭 나네.’ 동네 어귀에서 꽹과리와 징, 북, 소고의 요란하고 흥겨운 소리가 들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든다.
남사당패 놀이판이 벌어진 것이다.
춤이 절로 나오는 풍물 소리에 광대들이 갖가지 재주를 부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신이 났다.
그런데 어름 판에서 줄을 타게 될 어름 삐리는 몸이 많이 아파 그렇지 못했다.
어름 삐리는 남사당패 우두머리 꼭두쇠에게 다음부터 하면 안 되냐고 부탁하지만, 결국 줄을 타게 됐다.
그걸 지켜보는 덜미 인형들은 자기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어름 삐리를 가엾게 여기졌다.
아픈 몸을 이끌고 높다란 줄 위에 선 어름 삐리는 줄을 무사히 탈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옛날 남사당놀이 어름판에서 어린 남자아이를 여자로 꾸며 줄을 타게 하고 인기를 얻었다는 데서 실마리를 얻어 만들었다.
우리 전통 놀음인 남사당놀이의 신명 나는 장면 속에 아파도 줄을 탈 수밖에 없는 어름 삐리의 애달픈 이야기가 가슴 저릿한 감동을 자아낸다.
또 우리 전통 놀음인 남사당놀이와 놀이마다 등장하는 광대, 삐리, 덜미 인형을 그림 속에 잘 살려 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