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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번뿐… 한끼라도 허투루 먹지 않겠다”

일본 전설의 미식가 로산진
그의 음식 철학·미각 등 소개

 

 

 

일본의 예술가이자 전설적 미식가인 기타오지 로산진(1883~1959)이 생전에 남긴 미식론, 음식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글들을 모은 책.

한국에 최초로 소개되는 음식 에세이가 가득하다.

이 책에서 로산진은 “사람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므로 하루 세끼 중 단 한 끼라도 허투루 먹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철저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그가 70년 미식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정립한 무타협 미식 철학의 기초가 된다.

‘맛’에 대한 깐깐함으로 무장한 로산진은 절대 미식을 추구했고, 후대는 그를 “현대 일본 요리의 원점을 창조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말하는 참된 미식이란 “식재료가 지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일”이며, 제대로 된 ‘요리’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일이다. 음식 맛의 90%는 재료라는 것.

저자의 이런 주장은 마치 짜고, 달고, 매운 양념이 요리의 전부인듯 떠드는 최근의 통념을 뒤집는다.

저자에 의하면 요리는 “도리를 다스리는 일”이다. 즉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이러한 로산진의 미식철학은 현란한 조리 기술이 요리의 왕도인양 여기는 우리 음식계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 저자 로산진은 음식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그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소상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김, 다시마 같은 식재료 고르는 법, 전복과 두부요리 만드는 법, 멧돼지, 도롱뇽, 두꺼비 등 희귀한 음식을 먹은 경험담까지 우리의 미각세포를 들뜨게 해주는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생선 초밥’의 유래와 맛의 비밀, 그가 평생 사랑해 마지않았던 ‘복어’, ‘은어’ 같은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또, 로산진은 “사람이 요리와 식기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개나 고양이와 다름없지 않은가” 하고 말할 정도로 식기가 식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미식가란 단순히 음식 맛만 느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 미식가란 음식과 식기와의 조화, 손님과 주인의 대화, 가게 분위기 등 맛을 둘러싼 모든 풍경도 두루 살필 수 있는 사람이다.

“복어 먹다 죽는 게 의미 없이 사는 것보다 낫다.”

로산진의 무타협 미식 철학은 미식이란 단순한 음식 맛의 추구가 아니라, 아무 의미 없이 인생을 살아가지는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각성이자 삶의 의지임을 일깨운다.

이 책은 사람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게 해준다.

이 책은 요리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자주, 가장 많이 하는 행위인 하루 세끼의 식사조차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는 삶의 의지, 삶의 진정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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