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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맺은자가 풀어야 - 結者解之

 

 

‘맨 처음 일을 벌여 놓은 사람이 그것을 풀어야 한다’라는 뜻을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들 한다.

결(結)이란 끈으로 매는 것이고, 묶은 끈을 푼다는 것이 해(解)이다. 우리네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사에 이리저리 얽히기(結)시작하지만 죽을 때에는 그 모든 것을 풀고(解之) 가야 한다라는 의미이기도하다.

세상사, 모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 사이에 이리도 저리도 얽히고 설키어 있으니, 너와 내가 얽히고 상하가 얽히고,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關係(관계)라는 단어에도 ‘실사(絲)’가 들어 있듯이 사람들은 이러한 끈으로 서로 얽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인간사는 인맥·혈연·지연·학연 등으로 그물처럼 얽히고, 실타래처럼 설켜있고 그물의 한 가닥처럼, 금전적 이익이며, 이해득실로, 이해관계로, 삶 자체가 복잡히 얽혀 이어짐 이니 불가(佛家)에서 말한 인연(因緣)이란 말로 표현해도 좋을 듯 싶다.

옛날 복희씨는 괘를 만들고 여러 괘 중 離卦(이괘)의 상에서 착안하여 그물을 만들었다. 이에 공자께서는 계사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끈을 매듭지어서 그물과 덫을 만들어서(作結繩而爲網) 짐승을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으니(以田以漁) 대개 離卦에서 취한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離卦는 불(火)을 상징하는 것인데, 불과 그물은 어떠한 유사성이 있을까? 주역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유추해석을 잘해야 한다.

‘걸린다’는 뜻은 그물에서도 통용되고 있으니 공자께서는 ‘離(이)’는 걸린다는 뜻, -離(이)는 麗也(리야)라-’라고 하신것이다. 이때의 ‘麗(려)’는 ‘고울 려’의 뜻이라기보다는 ‘걸릴 리’로 이해해야 한다. 주역에선 이 글자를 ‘고울 려’자의 뜻으로 쓰지는 않는다.

사람도 일생을 통해서 훌륭한 스승이 있으면 당연히 찾아가 배우고 좋은 친구가 있으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밝은 세상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절집에 ‘帝網刹海(제망찰해)’라는 말은, 즉 ‘상제의 그물로 육지(刹), 바다(海) 할 것 없이 온 누리를 건져 올린다’는 뜻이니 아마도 복희씨의 그물과 또 다른 그물은 아닐 것이다. 상고시대에 복희씨께서 팔괘를 만들고, 문자를 만들고, 남녀 혼인하는 법을 만들고, 犧牲(희생)물을 길러서 제사 지내는 의식과 의례의 법 등 많은 것들을 만들어, 마치 끈으로 엮어(結繩결승) 세상을 밝힌 것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밝은 곳에 걸리게 하여 세상을 문명한 곳에 걸리게 한 것이며, 공자께서 문명의 시점을 복희씨로부터라고 기록하여 복희씨로부터 시작된 결승의 역사가 오천 년의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흘러오고 있는 것이리라.

모든 일은 매듭지을 일이 있으면 풀어야 할 일 또한 있는 것이며 아무리 굳게 묶은 끈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바람직하지 않게 변할 수도 있으며 잘못 묶였다면 신속히 풀어야 한다. 그러기에 얽힌 일이 많을수록 풀 일도 많은 법이며 언 땅이 풀린다 해서 解凍(해동), 근심을 푼다 해서 解憂(해우), 원한을 푼다 해서 解寃(해원)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얽혀야 할 일도 많지만 풀어야 할 일도 많은 법이다.

만화방창 꽃피는 춘 삼월에는 얼어 붙은 동토도 녹아 해동하고, 어려운 경제도 풀려서 근심은 해소되며, 원한 맺힌 녹슬은 휴전선도 녹여, 민족의 해원 상생을 간절히 염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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