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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북미회담 결렬 책임, 모든 것은 네 탓이야

 

2차 북미 정상회담 마지막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정상이 ‘하노이선언’에 서명하기로 약속한 날 일주일 전부터 막바지 의제 실무협상이 진행되며 ‘접점’을 찾은 것으로 관측됐기에 사상 초유의 정상회담 결렬 사태 충격은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번 비핵화 담판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장면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그는 북한대사관 방문 이후 약 24시간을 숙소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을 8개월 만에 만나러 가는 길에 자신의 차에서 담배를 물었다. 원탁에 나란히 앉아 덕담을 주고받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는 차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이러한 북미, 회담 결렬은 국제여론이 감정싸움 아닌 치열한 프레임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회담 결렬의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 프레임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28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 되자 전격적으로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제재의 전면 해제가 아니라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부 항목’의 제재를 요구했으며, 영변 지역의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현 시점에서 최대한의 비핵화 조치’를 제안했다는 취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대가로 사실상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합의가 결렬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거래를 하느니 거래를 안 하는 게 낫다”며 배수진을 쳤다. 북미 협상이 진전을 보려면 북한이 양보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WSJ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것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보고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내세우며 상대방의 과감한 결단과 양보에 기대를 걸었지만 양측 모두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결렬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의 오판에 따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또 실무협상부터 교착상태였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정작 북한 협상팀은 ‘오직 김 위원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일관성이 없었다고 전했다.

우리는 어떤 일을 끝마친 후, 그 일에 대해 평가와 반성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일이 성공하게 된 혹은 실패하게 된 원인을 따져 보려 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진정한 원인을 찾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고, 심지어는 정말 우연히 이루어진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패를 했을 때는 우리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방향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리하여 실패의 원인은 늘 타인과 타국과의 상황, 시기 등 자신이 아닌 다른 데에 있게 된다. 실패했을 때마다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다가는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통화해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주길 바란다”며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해서 회담결렬에 따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돌발 사태에 냉정하게 대처해 한미 공조는 물론이고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대화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박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어렵사리 연 한반도 평화의 문이 북미의 소모적인 대결로 닫혀선 안 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추진에 유연한 협상 자세로 임해야 한다. 최소한의 체제안전 보장 조치인 종전선언은 미국 내 여론의 눈치만 보지 말고 북측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추가 핵시설이 있다면 공개하고 핵탄두 등 현재의 핵 폐기를 위한 리스트 제공 같은 대담한 조치를 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만큼 북미가 이른 시간 내 협상을 재개해 반드시 비핵화를 이뤄 내는 성공을 돌이켜 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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