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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 생활화돼야 한다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은 버릴수록 행복해진다. 평소에 몸에 익힌 응급처치는 내 가족을 구하고 이웃의 생명을 구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주 새벽, 자택에서 50대 가장이 물을 마시던 중에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졌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부하던 터라 가족이 모두 놀랐다. 급박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 사이 자녀가 119에 신고하고 소방관이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CPR)이 이어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남편은 무사히 회복됐다. 아내의 신속한 초동조치 때문이었다.

응급처치 강사로 활동하던 학생이 지하철에 쓰러진 남성을, 어린 자녀가 부모에게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시행해 소중한 생명을 살린 미담들이 보도된 바 있다. 심폐소생술은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에게 심장의 순환 기능을 보조해주는 행동이다. 생명지킴이다.

심장이나 폐가 정지한 후 4분가량을 방치하면 뇌의 무산소증이 시작돼 자칫 생명을 잃거나 뇌손상을 초래한다. 생사(生死)가 달린 골드타임을 놓치지 않고 간단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3배나 높아진다. 심폐소생술 교육이 전 국민에게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심폐소생술 처치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일반인 55%가 초동 처치하는 스웨덴이나 미국 30.8%, 일본 27%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는 육체의 상처에 대해서는 꽤나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처치는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이론과 실천이 있다. 이론 없이 실천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다. 대부분 맹목에 그쳐버리고 만다.

훗날 그 맹목이라는 무지(無知)에서 눈을 떴을 때는 후회를 안은 가슴만 쓸어내린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말은 한다. 국민 스스로 나서질 않는다.

적십자는 생명이다. 적십자사는 생명을 보호하고 고통을 경감하는 글로벌 인도주의 기관으로 안전교육을 담당한다. 1948년 국내 최초 응급처치법 교본을 발간하고 교육을 실시했다. 위급한 상황에 자신을 보호하고 환자가 발생할 때 전문치료를 받기 전까지 적절한 처치를 한다. 추가 손상을 줄인다. 응급처치 강사를 양성하여 사회 가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양질의 강사인력풀을 확보하고 있다.

경기적십자는 상설교육장에서 지난 한 해 동안 1천525회에 걸쳐 4만8천7백여 명에게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14개 과정을 교육했다. 26회에 걸쳐 538명의 응급처치강사를 새로 양성하고 11번에 걸쳐 212명을 재교육 시켰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하루에 몇 번 감탄하는가에 있다. 돈을 얼마나 벌고 어떤 지위에 올랐는지는 부수적이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그 순간이 내 하루에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고는 언제나 작은 틈새에서 발생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이젠 필수과정이다. 해마다 9월 세계응급처치의 날이 되면 이론과 실기 중심으로 응급처치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심폐소생술을 습득케 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심정지, 심폐소생 교육은 가족과 주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거룩한 일이다. 적십자는 강사의 전문성과 질을 높여 더 많은 도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상시 운영하는 심폐소생술 교육 외에도 기관, 단체 등에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한다.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 더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에 뛰어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갈 때 가치의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목표에만 골몰하는 쪽이라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갈 힘이 없다. 위기의 순간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은 가치 있고 고귀하다. 안전사고는 대비도 중요하지만 대응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식의 주머니가 텅 비어 있는데 구조역량을 쌓을 수 없다. 기본이론 없이는 밀려들어오는 안전사고를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심폐소생술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얼마나 배웠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골드타임을 놓치지 않고 실행하는 방식이 정확한가라는 점이다. 스스로 안전의식을 바로 세울 때 우리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약속할 수 있다.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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