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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한국사회

 

 

 

 

 

지난 3월 1일 늦은 오후 서울 남대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분 정도를 무심코 기다리다가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음을 보고, 버스운행이 정상적이 아님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 미세먼지가 농도가 높았고 바람이 불고 추운 저녁에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1시간 가량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중교통이 비정상적으로 운행되는 이유는 거리에 나선 태극기 시위대 때문이었다. 필자도 보수주의자이며 그들의 생각과 상당 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정의 표현방식이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일까? 필자가 보기에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인 물질적 자본과 인적자본은 선진국 수준이나 사회적자본은 크게 못 미친다. 사회적 자본은 규범의 준수, 타인에 대한 배려, 공유된 제도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말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고의로 또는 무심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들을 수없이 경험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공중목욕탕에 가면 탈의실과 연결된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 내에는 탈의실로 다시 나가지 않더라도 목욕탕 내부를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은 편리함 때문에 이 문을 통과하여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실내화 전부 그 문 앞에 놓여져 탈의실 쪽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인도에 주차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을 넘어 반인륜적 범죄에 가깝다. 인도는 전적으로 보행자의 것이다. 따라서 인도주차(개구리주차)는 남의 재산을 빼앗는것과 같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인도에 주차하는 대부분이 대형승용차인 점과 예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할 교인들이 예배참석을 위해 교회에 와서 주변 인도에 주차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은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출퇴근 길 지하철 내에서 승객의 배낭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특히 키가 작은 어린이들에게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지하철 내에서 끝이 뾰족한 등산용 스틱을 꽂은 배낭을 메고 이리저리 이동하는 노인을 본 적이 있다. 물론 필자도 거기에 눈을 찔릴 뻔했다. 배낭은 바닥에 내려놓거나, 앞으로 메도록 하자.

그밖에 상점이 농수산품을 인도에 마구 진열해 놓아 보행자들이 차도로 통행해야 하는 것 등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일을 자행하는 사람들의 무감각과 이를 시정해야 할 공무원의 직무유기다.

도스토프예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양파 한 뿌리’ 이야기가 나온다. 심술궂고 인색한 노파가 죽어 지옥에 떨어졌다. 한 수호천사가 노파를 구제하기 위해 언젠가 이 노파가 작은 양파 하나를 거지에게 준 적이 있으니 낙원으로 보내주자고 하나님에게 간청했다.

그러자 하나님이 “그 양파를 가져다가 그것을 잡고 불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도록 노파에게 주라. 그곳에서 양파로 그 노파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낙원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라고 말했다.

수호천사는 노파에게 달려가 작은 양파를 내밀고 양파를 잡은 노파를 조심스럽게 끌어 올리고 있었는데 같이 있었던 다른 죄인들이 그것을 보고 자신들도 올라가려고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노파는 발로 그들을 쳐내며 소리 질렀다. “이건 내 양파야. 너희 것이 아니야” 노파가 발버둥 칠 때 양파 뿌리가 끊겨 노파와 달라붙은 사람들 모두 다시 불구덩이에 떨어졌다.

그들을 뿌리치지 않았다면 함께 올라올 수 있게 하나님이 계획한 것이었다.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의 행복도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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