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유산여행] 천안 독립기념관을 가다 2

 

 

 

 

 

천안 독립기념관의 중심은 겨레의 집이다. 독립기념관의 상징이기도 한 겨레의 집은 동양 최대의 기와집 모양으로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만들어졌다. 겨레의 집을 거쳐 독립기념관 제 3관인 나라 지키기 관으로 먼저 출발해보자.

나라 지키기 관에서 눈여겨 볼 유물은 바로 민영환 선생님의 명함유서이다. 민영환 선생님은 을사늑약에 반대하여 자신의 명함에 ‘2천만 동포에게 남긴 유서’를 남겼다. ‘동포 형제들이 뜻과 기개를 굳건히 하고 학문에 힘써 마음으로 단결하고 힘을 합해 자주독립을 회복하면 저승에서 기뻐하며 웃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유서이다.

조그마한 명함에 깨알같이 써내려간 민영환 선생님의 유서. 이 유서를 남기며 그는 서울의 인사동에서 죽음으로 일본에 항거하셨다. 이 작은 명함에 깨알 같은 글씨로 유언을 남길 때 선생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감히 짐작하기가 조심스럽다.

다음은 안중근 의사의 단지혈서 엽서를 만나보자. 엽서 윗부분에는 ‘大韓義士安重根血書’라는 제목이, 엽서 중앙에는 태극문양과 ‘大韓獨立’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하단에는 ‘안 의사의 손가락’과 ‘안 의사의 단총’이라는 글자와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엽서 오른쪽에는 동맹에 대한 글씨가 적혀있는데 ‘동지 11명이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기로 단지동맹을 행하고 피로써 쓴 글’이라는 내용이다.

엽서 귀퉁이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이 엽서는 안 의사가 순국한 후에 엽서로 만들어진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묘는 효창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묘는 허묘로 선생님의 유해는 아직 고국의 땅에 들어오지 못한 채이다.

이번에는 창의검을 만나보자. 이 창의검은 김도현 의병장이 사용했던 검이다. 그는 경북 안동에서 의병활동을 했던 의병장으로 영양에 영흥학교를 세우기도 했던 독립 운동가이다. 창의검은 45㎝정도의 길이에 칼집에 ‘倡義劍(창의검)’이라는 한자가 투박하게 새겨있다. 칼에는 ‘三寅劍(삼인검)’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칼이 제작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대한제국 당시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칼에 새겨진 ‘삼인검’이라는 글자이다. 삼인검은 사인검에서 비롯된다. 12년마다 단 2시간동안 만들어진 검이 바로 사인검이다. 사인검은 악귀를 물리치는 검으로 호랑이해, 호랑이달, 호랑이날, 호랑이 시간에 만들어진 검이다. 그래서 ‘四寅劍(사인검)’이라 부른다. 여기서 호랑이 시간을 제외한 호랑이날 하루 동안 만들어진 검을 삼인검이라고 한다.

사인검보다는 덜하지만 12년마다 단 하루 동안 만들어진 검이 삼인검이다. 그 귀한 칼을 김도현의병장은 의병 활동하는데 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창의검에서 김도현 의병장의 결의에 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번에는 4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이 전시관에서는 가장 가슴이 시린 유물이 하나 있다. 바로 문용기 선생님의 혈의(血衣)이다.

문용기 선생님은 전북 익산에서 장날에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현장에서 순국하셨다. 문용기 선생님은 만세를 부르다 일본 경찰이 휘두르는 칼에 오른손을 먼저 잃었으나 왼손으로 태극기를 들고 계속 만세를 부르시다가 왼손마저 잃으셨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군중을 지휘하시다가 결국 현장에서 순국하신 분이시다. 선생님이 입으셨던 저고리와 두루마기에는 당시 일본 헌병의 대검에 찔린 핏자국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갑자기 왼쪽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마치 일본헌병의 대검에 내 자신이 찔린 것처럼 시린 통증이다.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을 기념해 곳곳에서 행사가 벌떼처럼 몰렸다가 지금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가 흩어져 버렸다. 국가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졌던 그분들은, 그들의 후손들은 지금 어디에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2019년 한 해만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