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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우리가 만들어가는 ‘제왕적 대통령제’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7개 부처 장관교체를 단행했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개각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측근 인사로만 채웠다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에 뜻이 없고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박영선의원이나, 원조친박이라 불리던 진영의원 지명에 대해서도 견해가 다르다.

여당은 이들이 ‘비문’이어서 탕평인사라 했지만 야당은 내년 총선에 올인한 것이라 평가했다. 야당은 통일부장관이나 행안부장관에 대해서는 적임자가 아니라며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 장관후보자가 무능하거나 측근인사라 해도 그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정운영 결과에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뿐이다. 이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경우가 벌써 9명이다. 문제는 그렇게 임명된 장관들이 소신껏 직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국정의 주도권이 내각이 아닌 청와대 비서실에 주어져 있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를 비교해 보자. 누가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영향력이 큰가. 물론 이런 현상은 헌법에 따른 것이 아니며, 역대 정부에서 심화되어 왔다. 인사청문회를 무시하고 임명한 사례는 박근혜 정부 때도 10건이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그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대통령과 국회, 법원은 주어진 권한을 적극 행사해야

이유는 대통령이 통제받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정조사·감사권, 총리나 대법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권이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얼마든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 특히 입법권을 통해 대통령을 심각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채 모든 권한과 책임을 대통령에게 맡기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개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 의식과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최근의 사례를 보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한국당이 추천한 이병령·이경우 원안위원 후보자 추천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병령 후보자는 원전수출 관련 기업대표이고, 이경우 후보자는 원전산업협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자문료 25만원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아 위촉을 거부했다.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법에 따르면 위원 9명 중 4명은 “국회에서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여기서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일 뿐 실질적 결정은 국회의 몫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을 임명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통제를 거부하는 것이다.여당은 대통령과 한통속이므로 국회의 통제는 결국 야당의 통제일 수밖에 없고, 야당의 의중이 대통령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법규위반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법원의 역할을 대신한 것이다.

한국당이 추천한 5·18 진상조사위원 임명 거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나 5·18단체들의 반대의견에는 수긍이 가지만, 대통령이 거부할 권한은 없다. 문제가 있다면 추천한 정당 책임이지 대통령 책임이 아니다.

권력기관들은 각자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책임을 져야

권력분립은 권력의 균형이고 균형은 견제로 이루어지는데, 그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다. 그런데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법원이 흔들리는데 어떻게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을까. 문대통령 1호 공약은 적폐청산이고 주로 검찰의 임무인데, 검찰개혁이 주창되는 마당에 검찰이 객관적일 수 있을까. 이런 때일수록 국회와 법원, 각 국가기관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가감 없이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대통령 의중만 살피고 있으니,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한 공감대도 없는 중국과 공동 인공강우로 해결하라는 대책이 나오는 것이다. 과반수 득표를 못했어도 대통령은 국민전체의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한쪽의 의견만 들으면 안 된다. 또한 대통령은 왕이 아니므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질 필요는 없다. 국가의 기능을 나누어 맡은 모든 기관들은 역할에 충실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국민이 이에 대한 평가나 통제를 제대로 못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책임이고 국가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해결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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