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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장미의 진화

 

 

 

장미의 진화

                         /한세정



붉은 주먹을 내밀며

넝쿨은 전진한다



꽃잎 속에 꽃잎이 쌓이며

최초의 꽃이 완성되었듯이

우리로부터 진화하기 위하여

우리는 부둥켜안고

심장을 향해 탄환을



최초의 연인이 그랬듯이

최초의 적이 그랬듯이

입술을 물어뜯으며



장미가 피어났듯이

- 한세정 시인의 시집 ‘입술의 문자’ 중에서

 

 

진부한 생활, 진부한 ‘나’로부터의 탈출이 절실할 때다. 손에 닿는 것마다, 발이 미치는 곳마다, 생각이 멈추는 대상마다 매양 그 모양 그 꼴이다. 몸과 마음 모두 정지해 있는 것 같다. 아니,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 퇴화! 그런데 시인은 진화를 위하여 퇴화를, 나아가 죽음을 의도하고 있다. 죽어서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진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꽃이 완성되기 위해, 연인으로 피어나기 위해, 하물며 적들까지도 ‘부둥켜안고 심장을 향해 탄환을’ 발사하였다고 한다. ‘나’의 진화를 막고 있던 것들의 심장을 향하여 탄환을 발사한다는 것. 해묵은 ‘나’를 미련 없이 버린다는 것. 입술을 물어뜯으며, 장미처럼 붉게 ‘나’를 피어나게 한다는 것.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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