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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교육다운 교육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드라마 내용을 두고 입씨름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며칠 전에도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지역 학교 품평회를 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서울대에 다섯 명이나 갔다고 큰 소리로 말한다. 모두 부러워하는 사이에 자신의 자녀 학교는 서울대에는 한 명만 갔지만 의대를 다섯 명이나 보냈다며 말을 잇는다. 서울대, 연대, 고대를 뭉뚱그려 8명이나 갔다고 자랑하듯 말한 부모도 있다. 자기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여학교라 서울대는 못 보냈지만,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 10명 넘게 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딸도 사대나 교대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을 보탠다.

이들은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좋은 학교, 명문 학교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작년 서울대 입학생 통계까지 들먹이며 지역 고등학교 서열을 매기고 있었다. 언급되지 않은 학교에 대해서는 노는 학교라는 등 하면서 일방적으로 낙인까지 찍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2019년 핵심 정책은 이런 현실을 성찰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신년사에서 “경기교육은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다운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교육다운 교육’은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책임지는 교육이라고 정책 해설 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해설에서 보듯 ‘교육다운 교육’은 특별한 것이 없다. 학생이 주체적·주도적으로 스스로의 꿈을 만들고 실현하는 배움을 의미한다.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현실이 ‘교육다운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욕구에 몰려다니고 있다. 명문 대학 입학생 숫자로 학교의 수준을 가늠하듯이 학생들은 저마다 명문대로 가는 러닝머신에서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치고 지쳐서 삶은 무기력하게 소진되고 행복은 생성되지 않는다.

명문 대학에 가는 것이 출세의 수단이 되는 세상이다. 공부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 수단이 되니 결국 욕심이 발동을 하고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한다. 수시와 정시를 두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금수저 전형이라며 폐지를 주장한다. 내신을 위해 고액 과외를 하고, 자기소개서는 입시 회사에서 대필하고, 면접 코디까지 두는 등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도 부담을 느끼는데, 돈이 없는 사람들까지 거기에 끼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고, 사회에서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학력, 일류 대학 출신의 고용 구조를 과감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부해서 대학에 간 사람은 그대로 존중 받고, 기술이 있는 사람도 그대로 존중받는 사회가 되면 교육다운 교육은 저절로 해결된다.

학교가 교육을 전담하는 시대는 지났다. 학교가 교육을 실천하고, 사회가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스스로 꿈을 만들고 배움을 실천한 인재를 사회가 요구할 때 학교의 교육이 달라질 수 있다.

행복한 교육에 대한 지향도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행복이라는 관념적 대상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행복해야 한다는 목적을 이루려다보니 교육이 수단으로 전락한다. 학벌이라는 수단은 스펙으로 연결되고, 그 스펙이 경제 원리와 사회 구조를 고착화한다. 경쟁은 강자의 논리다. 일류 대학의 덫에 걸려 허둥댈 때 국제 경쟁력은 점점 뒤떨어진다.

공부는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남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맹목적인 질주의 건너편에 풍요로운 삶에 눈을 두게 해야 한다. 공동체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기르는 것도 교육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가슴이 따뜻한 인재를 기르는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 행복보다 공감을 위한 교육이 교육다운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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