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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오래 머물지 말라(一所不住)

 

 

스승님께 늦은 새해 인사를 올렸다. 문이 없는 백담사 무문관에서 엄동설한에 이불도 없이 좌복만으로 용맹 정진하시며, 하루 한번 제공되는 한끼를 세번으로 나눠 요기하시고 한 철을 나신 스승의 핼쓱해지신 초인적 모습에 존경과 흠모의 마음이 넘쳤으며, 이사(理事)에 걸림없는 무애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행자는 일소부주(一所不住)라 하여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러 거주할 수 없었다. 큰 나무 그늘이나 동굴 등에 임시 거처로 삼고 화려한 지붕이 있는 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여겼으며, 끊임없이 유행하며, 분소의를 걸친 채 다녀야 하기에 한 나무 그늘에서도 삼일을 머물 수 없으며 거주 공간에도 집착 할 수 없었으나 훗날 승단이 날로 번창해지고 커지게 되니 대규모의 공간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붓다 재세시 마가다 국왕 빕비사라는 죽림정사를, 대부호 수닷따는 기원정사를 기증하였다. 이 정사들은 비 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안락하고 지붕이 있는 숙사가 많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붓다와 제자들은 임시 거처로 이용하였을 뿐 출가하시여 입적하실 때까지 생애의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내셨다. 붓다는 거리에서 태어나시어 거리에서 마치신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고행을 권한다면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 명확하며 더구나 고행은 수행자만 하는 것이라 여길 것이지 싶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적합한 불교란 무엇이겠는가?

가끔 반문하여 본다. 고행과 명상 가운데 어떤 것이 해탈을 얻기 위한 행법으로서 적합한지. 붓다의 시대에는 고행이 우세하였지만, 붓다께서도 최종에는 고행보다 선정을 택하여 깨달음에 이르셨 듯이 이 선정이 수백 년 동안 거의 불교에서만 고안, 개량되어 요가의 체계로 꽃을 피우게 되며 그 후에는 자이나교를 제외하고는 인도에서의 대부분의 행법은 명상이 고행을 압도하게 되는것이다.

붓다께서는 고행은 인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괴로움 자체를 발현시켜 마음의 메커니즘을 해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행으로 괴로움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함을 통감하셨고 지혜란 통찰력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를 지니어야 함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붓다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마지막으로 유교경을 남기셨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도 견고한 것도 없으며 결국은 모두 흩어지고 만다. 망상 분별로 하는 일은 속임이 될 뿐이다. 세속의 인연으로 만나는 것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느냐. 천지와 저 큰 수미산(須彌山)도 결국은 무너질 것인데 이까짓 사람 몸 따위이겠느냐. 나는 석 달 후에 열반에 들 것이니 놀라거나 슬퍼하지 말라.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는 다 법으로 부처를 이룬 것이다. 이미 교법(敎法)이 갖추어져 있으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배워 실천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해탈을 얻도록 하여라. 분별하는 작용이 끝나면 죽지도 않고 다시 나지도 않을 것이며 다른 몸을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오온(五蘊)의 작용을 끊으면 배고프고 목마르며 춥고 더우며 근심, 슬픔, 괴로움, 번민 같은 것도 없어진다.”

욕망을 절제하며 마음을 깨우쳐 나가는 명상(참선) 수행이야말로 불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장 큰 덕목이라고 보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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