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문학]양자얽힘 에세이
[미래인문학]양자얽힘 에세이
  • 경기신문
  • 승인 2019.03.13 19:15
  • 댓글 0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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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어려서 흑백TV는 저녁이 되어야 시작했다. TV를 켜면 잡음과 함께 흑백과 회색 점들의 축제가 보였다. 미술학원 스케치북 위의 명암 10단계를 닮은 사각 흑백기둥 화면조정이 뜨기 전, 지지직 잡음을 내며 마치 흑백 모래들이 서로 세상구경을 하려 튀어 오르는 장면은 뜨거운 팬 위에서 다양한 색의 깨를 볶는 듯 했고, 흑백 우박들이 떨어지는 듯 했고, 아무런 장식 없는 불꽃놀이 같았다.

그 불꽃놀이와 잡음이 빅뱅의 흔적임은 대학 가서 알았다. 빅뱅의 증거를 오래 보며 만화를 기다리던 나는 그 혼돈의 흑백 잡음 속에서 얼굴도 보고 글씨도 보고 군중과 영혼을 보았던 듯하다. 잔잔한 호수에 곱고 다양한 모래들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것을 상상해보자! 그런데 그 호수는 우주 크기의 물방울이다! 어려서 고향 마을회관 옆 붕어가 많던 큰 인공연못에 돌을 던지고 반나절이나 지켜보던 둥근 수면파는 참 아름다웠고 또 다시 연이어 돌을 던지게 했다! 빅뱅이론은 잔잔한 수면에 떨어진 돌처럼 그런 방식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빅뱅은 거대한 우주 물방울에 무수한 모래가 동시에 떨어지거나 아예 모래바람이 관통하며 부는 것과 같다! 특이점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필자는 빅뱅과 양자얽힘과 평행우주에 대한 이해를 시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에세이풍의 쉬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 우주 물방울에 무수하고 다양한 크기의 돌들이 떨어져 다시 무수하고 다양한 파동들이 서로 얽히는 것으로 11차원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까?

단지 5차원이나 6차원까지 상상해볼 뿐이다. 모래바람을 맞은 어떤 막에 둘러싸인 수면 위의 복잡한 파동들이 겹쳐져서 다양한 초끈을 만들고 전자와 원자 물질차원이 된다는 영감을 말하고 싶다. 빅뱅은 모래가 수면에 떨어지듯 모든 곳에서 다양한 크기로 동시에 일어났는데 이는 공간의 변화라기보다는 질적 변화라고 생각된다.

그 모래가루는 원래 하나의 돌멩이였던 것이다. 우주를 다중 막의 계란모델로 보면 편하다. 계란 속 흰자가 각종 진동을 만드는 물방울이고 껍질이 원래 하나로 연결된 돌멩이다. 그 돌 껍질이 동시에 깨지며 수면파를 때렸다! 그것이 빅뱅모델에 더 가까우며 온 우주에 상존하고 우리 두뇌와 몸과 꿈까지 동시에 지배하는 양자얽힘의 근원이라고 본다.

추가적으로 양자는 반대스핀으로 쪼개지기도 하지만 같은 방향 스핀도 무수히 복제가 된다. 오뚜기 모양 러시아 인형처럼 계란 속에 또 계란 막이 있는데 그 크기의 다양성이 중중무한이다. ‘칸토어’의 무한이다. 여기서 홀로그램 우주론이 설명된다. 다양한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겹쳐져서 서로 얽혀있다. 세상 곳곳에 숨겨진 작은 우주들이 있다.

의사소통의 파동인 말이 타인의 맘과 몸에 상처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말소리도 몸도 파동이기 때문이다. 벽에 걸린 그림이 삶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림의 색깔도 의미도 파동이고 삶도 파동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은 다양한 수면파가 거대한 신의 태양빛을 굴절시켜서 드러난 무지개와 비슷하다. 그 신의 태양(또는 마음)이 다중 계란 막 중앙의 노른자라면 흰자는 호수이고 여러 겹 호수 바깥의 껍질이 하나의 돌이다.

껍질이 깨져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던 이는 빅뱅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굉장한 표현을 했다. 원래 하나에서 나눠진 만물은 양자얽힘의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공시성과 인연과 우연의 일치성이 없는 것이 비정상적이다. 원래 하나였던 우주에서 계산되지 않는 우연은 없지만 인간의 시야와 감각이 허접할 것이다. 미래도 그렇게 계산이 되지만 너무나 무수해서 인간의 영역 밖이다.

우리 지구라는 둥근 무지개는 모든 우주에 동시에 다양한 크기로 존재할 수 있고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릴 적 지켜보던 방송 전 지지직거리던 흑백TV 화면처럼 서로 하나의 호수와 수면을 공유하며 서로 춤추고 있다. 한 공간에 무수히 겹친 파동은 평행우주론으로 정립된다. 양자의 세계는 궁극적으로 평행우주 가상현실이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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