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쌍안정(雙眼井)
[아침시산책]쌍안정(雙眼井)
  • 경기신문
  • 승인 2019.03.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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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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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정(雙眼井)

                              /김수복



파금 문화원(파금문학원)뒤 정원에는 눈이 둘인 우물이 있다네



눈 감고 있던 우물도 내가 들여다보면 두 눈을 뜬다네



나는 그 눈동자로 추억의 사나이가 된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네



밤마다 밤마다 별이 된 나를 다시 만나러 간다네



파아란 바람이 불고 구름이 된* 나를 다시 만나러 간다네



* 윤동주, ‘자화상(自畵像)’ 부분 인용.



- 2018년, 한국시인협회 사회집 ‘얼굴은 물고기로 가득 차 있다:시인의 자화상’

여기에서 ‘우물’은 존재하는 나를 비추는 게 아니라, 잃어버린 나를 비추게 된다. 거울이 아닌 우물을 시의 중심에 두는 점이 윤동주의 경우를 떠올리게도 한다. 허나 그리움의 기원은 ‘눈이 둘인 우물’이라는 점에서 윤동주의 ‘부끄러움’과 김수복의 ‘수치심’으로 구분된다. 이에 ‘눈 감고 있던 우물’의 조건은 감정을 농밀하게 밀고 간다. 나는 ‘밤마다 밤마다’ 목마르게 나를 찾는다.그렇다면 나는 왜 ‘추억의 사나이가 된 나’를 욕망할까. 현재의 나는 누구의 욕망일까. 결국 이러한 질문이 던져진다. 만약에 지금의 모습들 내가 원하는 내가 아니라면, 타자의 욕망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문득 과거에 잃어버린 나는, 진정으로 내가 동경하는 나라는 것. 다가가는 나와 내가 다가가면 두 눈을 뜨고 ‘우물’이 보여주는 출몰하는 나와의 거리. 그리움의 거리는 아득함일까.두 거리는 결코 손닿을 수 없는 거리이므로, 그리운 나는, 우물의 눈동자(자기 성찰)를 통해서만 나를 위로한다. 한편 존재하는 나는 잃어버린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우물과 별, 바람의 대비를 통해서 예감한다./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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