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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작은 행복

작은 행복

/권지영

목마른 여름 한낮
얼음 동동 띄운 커피 한잔 마주하는 것

함박눈 쏟아지는 창가에서
푹푹 먼지 쌓인 책을 들춰보는 것

잠들지 못하는 밤
홀로 불 밝혀 고독해질 수 있는 것

어두워진 저녁에
모두 둘러앉아 숟가락 소리를 내는 것

누군가 그리워질 때
마음껏 쓸쓸해지는 것

울컥 솟구칠 때
슬픔도 흘러가게 둘 수 있는 것

-시집 ‘누군가 두고 간 슬픔’

 

 

 

 

행복이 별 거이랴, 싶다. 시인이라서 가능한 소소한 행복에의 장에 잠깐 초대받은 것 같다.속도의 시대, 금력의 시대, 욕망의 시대,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면서도 따라하고 싶은 일들이다. 한여름 목마름을 채워주는 냉커피와 눈 오는 창가에서의 독서, 불면과 마주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고독, 도란도란한 가족과의 일상이 그러하다. 그러나 누군가 그리워질 때 마음껏 쓸쓸해지거나 솟구치는 슬픔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소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이 디지털 시대에, 그리우면 전화나 카톡을 하면 그만이고, 슬픔은 재빨리 털어내 마구 쏟아지는 채널에게 팽개쳐두면 그만일 테니. 이런 감성의 그는 시인이 되어야 마땅하다. 작은 행복을 낚는 자가 큰 행복의 대어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식물성 욕망의 발현으로 장엄된 사회야 말로 얼마나 살 맛 나겠는가./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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