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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하찮은 존재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쓸모없는 것도 쓸 데가 있다는 말이다.

장자(莊子)에 이런 말씀이 있다. ‘산의 나무는 스스로 베이도록 자라고, 호롱불은 그 기름을 불살라 어둠을 밝히며 자두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꺾이고, 옻나무는 칠할 수 있기 때문에 베어진다. 사람들은 쓸모 있음의 용도는 알지만 쓸모없음의 용도는 알지 못한다.’

우리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기로는 위대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이끌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을 떠받히고 사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하찮은 사람들이다. 기름 묻은 장갑으로 땀 흘리는 기술자가 있기 때문에 전기도 쓸 수 있고 수돗물도 쓸 수 있다.

매일 새벽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인부들의 수고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정원들이 그림 같이 깨끗하다. 화염이 치솟는 불길 속을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안심하고 살아간다. 거리의 미화원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쓰레기 판이 된다.

뿐만 아니다. 조금 안다고, 조금 더 가졌다고, 아랫사람을 깔아 보고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는 남의 가슴에 무덤까지 안고 갈 악담도 한다.

그들이 누구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지는 모른다. 바보가 있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이 존재한다. 세상에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만 산다면 이 세상은 불법에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흔히 바보를 가리켜 ‘바보처럼 살지 마라’고 한다. 또 ‘바보처럼 웃지 마라’고 호되게 나무라기도 한다. 그 말을 하는 그 사람이 진짜 바보를 제대로 알기나 하고서 하는 말인가?

바보는 욕심이 없다. 경쟁심도 없다. 탐욕도 없다. 누굴 탓하고 욕할 줄도 모른다. 그저 배만 부르면 바보처럼 웃는다. 바보는 누굴 짓밟고 해악을 끼치며 재물을 쌓아두고 숨겨둘 줄도 모른다. 그게 바보다.

잘 난 사람은 잘 난대로 경쟁심도 많고 적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거적 위의 거지는 발을 뻗고 자지만 천만금을 지닌 부자는 잠을 자도 깊은 잠을 못 잔다. 그러니 너무 없다고, 조금 모자란다고 너무 열등의식에 젖어 살지 말자.

예부터 말이 있지 않는가.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있고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 배운 것 많고 가진 것 많다고 다 행복한가? 이승의 세계를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필요한 것 보다는 좀 덜 가진 자라고 한다.

연전에 라오스를 다녀온 적이 있다. 라오스는 아직 후진국이다. 자연훼손이 덜 된 나라다. 그래서 살아생전 꼭 한번은 다녀올 나라다. 가난한 나라 라오스를 다녀온 뒤 아직도 잊지 못할 것은 그 나라의 풍광이 아니다. 바로 라오스의 백성들이었다. 그들은 가난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굴 의심하고 속이지 않는다. 그저 눈만 마주치면 웃는다. 그냥 웃는다. 웃는 일이 쉬운 일인가?

물질중심의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웃음을 잃은 세대다. 그대는 하루에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웃는가? 그냥 찡그리고, 경계하며 시기질투심에 싸여서 사니 웃어도 웃음이 아닌 비웃음이나 마지못해 웃는 웃음치레나 한다. 그 모두가 자신을 대단한 존재이거나 아니면 아주 비천한 존재로 여기고 산다.

그러나 이승의 바닥에 사는 우리 모두는 자신이 존재할 그만한 가치를 부여 받고 산다. 그러니 남을 깔아보거나 너무 비굴하게 살지 말자. 無用之用이라,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위대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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