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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남녘으로 꽃맞이 가는 길

 

 

 

추위가 어느 정도 누그러지며 따뜻한 봄기운이 남쪽에서 부터 올라오기 시작한다. 겨울로부터 꽁꽁 싸매어 지켜오던 땅속 생물이 기지개를 켜고 가느다란 줄기만으로 버텨오던 나무에도 사랑스러운 꽃망울이 이쁘게 돋아 세월을 한탄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6일부터 전남구례에서 산수유축제가 열린다는 홍보를 대하며 올해는 적극적으로 꽃맞이를 하러 떠나겠다는 마음이 일어 먼 길 채비를 하였다. 하루일정은 힘들 것 같아 1박을 계획하고 떠나며 숙박할 리조트에 가기 전 다른 유흥할 것은 없을까 찾다가 광양의 매화축제가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라는 정보를 검색하게 됐다.

늘 아파트 주변에서 봐오던 꽃이 아닌 처음 접할 꽃에 대한 기대와 먼 곳으로 떠나는 길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한참을 달려 딸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본진에 가까울 무렵부터는 찾아들어갈 수 있는 외길에 수많은 차량의 중간에 섞여 잠시 주어지는 몇 미터의 이동을 지루하게 기다리다 화장실이 급하였다. 축제장까지 가야 해결할 수 있는 그 길고도 긴 고통은 꽃을 만나게 되었을 때 찾아 올 기쁨으로 간신히 누르며 힘겹게 이기었다.

북적거리는 사람을 보는 것도 흥겹고 펼쳐진 수없이 많이 놓인 거대한 장독군에 경탄하며 우선 화장실부터 찾았다. 길을 떠나게 되면 예전보다 화장실을 집착에 가까울 만큼 1순위로 살피게 된다. 가는 길에 지루하지 않게 준비해 가는 커피를 마시고 과일을 먹다보면 어느 사이 방광의 압박을 의도치 않게 겪게 되기 때문이다. 틈틈이 휴게실을 만나 해결을 할 수 있는 곳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4계절 즐길 거리가 많고 명절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이동해야 할 시즌에 자칫 휴게소를 놓쳐 해결하지 못하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간신히 찾아들어도 급한 나의 괴로움을 금방 해결할 수 없게 되는 때는 거의 정신을 내팽개치고 일상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던 새치기를 안면몰수하고 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일인데 어찌하여 여자화장실 앞엔 길고도 긴 줄이 차례를 기다리는데 남자화장실은 깔끔하게 문안에서 해결되고 남편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묻는데 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반복되는 것일까.

여성의 숫자가 훨씬 많은건지 아니면 여흥을 즐기기 위해 남성보다 더 많이 여행을 떠나거나 직업을 위해 길을 떠나고 있는지가 늘 궁금하다.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본적은 없지만 남자화장실의 칸이 여자화장실의 그것보다 수가 더 많아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여성은 무조건 문을 들어가 닫아야 할 한 칸이 오롯이 필요한데다 생리적인 일을 따로 처리해야하는 번거로운 시간이 또한 필요하고 아이까지 함께 데리고 들어오는 어머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한 우리 현실의 화장실 칸 개수에 대한 불만이 많다.

정말 급히 해결해야할 삶의 기본적인 문제를 잘 모르는 정책입안자는 좀 더 원대한 나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기에 아마도 화장실문제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여자화장실 이용자의 입장에서 여성의 화장실 체류시간이 남성에 비해 더 걸린다는 것에 여자화장실 앞의 줄이 그렇게 긴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지난번 뮤지컬 보러 갔을 때는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 많은 관객에게 15분간의 휴식시간을 주며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제한된 시간을 주었는데 여성분들은 대부분 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 있으며 쓸데없는 마음졸임을 경험하였다.

남성이 적기도 했겠지만 여유롭게 볼일을 본 것에 비하면 여성은 시간을 놓쳐 못 들어오게 될까봐 조바심까지 내며 뛰어 들어와 숨을 고루어야 했었다.

꽃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봄은 어느새 그 아름다운 꽃망울과 활짝 피어난 잎으로 우리의 팍팍한 일상을 충분히 위로하였다. 줄을 길게 선 화장실 문제는 또 다음으로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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