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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내 마음속의 원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어쩌면 진정으로 보고픈이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킬때가 있다.

외로움에 어떤이는 밤을 지새우며 술을 마시고 또 어떤 이는 빈 술병을 보면서 울기도 할테고, 또 누구는 지나간 옛시절의 유행가를 몽땅 끄집어내어 부르기도 하며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이에게 전화를 걸어 혼곤히 잠든 그의 꿈을 흔들어놓기도 할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4인 가구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혼·비혼 등의 증가와 이혼·사별 등이 증가하면서 나홀로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홀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립감, 우울증, 외로움, 고독 등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문제들 역시 커지고 있다. ‘내 가족의 웰빙’이 최근까지의 사회적인 화두였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어떻게 해야 혼자서 잘 살 수 있을 것 인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야 첨단 물질문명의 혜택을 받는다쳐도, 정신적인 문제까지 과학이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셀프 웰빙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일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비단 나홀로족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실존적 명제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 이 세상에 홀로 왔다가 홀로 사라지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외로움 속에 파묻혀 신음하고, 몸부림치고, 쩔쩔 매기보다는 외로움과 정면 승부하고 그 속에서 성취와 창조의 비결을 찾아내야 한다.

외로움을 고독력으로 승화시키는 자만이 ‘나홀로 인생’과 당당히 맞설 자격이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재료를 잘 숙성시켜 향기나는 인격체로 거듭나게 할 것이냐, 외로움 속에서 허우적대며 자신이 파놓은 암흑의 미로에 갇혀서 스스로를 자폐와 고립의 궁지로 내몰 것인가?

어느 절의 주지스님께서 마당 한 가운데에 큰 원을 그려놓고는 마당을 쓸고 있던 동자승을 불러서 화두를 주셨다.

“내가 마을을 다녀왔을 때, 네가 이 원 안에 있으면 오늘 하루 종일 굶을 것이다. 하지만 원 밖에 있으면 이 절에서 내쫓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을로 나가셨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그냥 하루 종일 굶는 길을 택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절을 나가야 할까?

동자승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당 한구석에 놓인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는 스님이 그려 놓은 원을 쓱쓱 쓸어서 지워 버린 것이다. 원이 없어졌으니 원 안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원 바깥에 머문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 스스로 원을 없애자 자유로울 수 있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또 무상함에도 집착하지 않도록 스스로 단련해야하는 것이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이러한 원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다. 물질이라는 원, 명예라는 원, 욕심이라는 원, 미움이라는 원, 그밖에 여러 가지 원으로 인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 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그 원을 지우는 수밖에 없다. 나의 외로움도 고독도 결국은 내 스스로 만든 원 이기에 원 처럼 내 스스로 해결해야할 내 인생에 숙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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