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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억대 씹던 ‘껌값’

껌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들에 의해서다. 불안 해소를 위해 씹은 껌을 주둔지마다 퍼뜨린게 계기다. 당시 군인 1명이 1년에 3천개의 껌을 씹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또 ‘질겅질겅 껌을 씹는 모습’은 미군의 상징처럼 여겨져 주둔지역 주민들이 따라 하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패전이후 도쿄거리에는 미군이 씹다 버린 껌을 주우려는 아이들이 흔했다니 가히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껌은 미국의 발명품일까? 아니다. 먹어서 삼킬 의도 없이 오로지 ‘씹기’만 하는 역사는 고대 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야와 아즈텍 문명에서는 사포딜라 나무 수액을 끓여 만든 ‘치클’을 씹었고, 그리스인들은 ‘마스티시’라는 유향수 나무의 수지를 씹었다. 그러나 치클과 마스티시는 아무런 맛과 향이 없었다.

지금과 같은 다양한 껌이 등장하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 많은 발명가들의 노력 덕분이다. 현재의 납작한 모양의 껌이 만들어진 것은 1890년이고, 풍선껌이 탄생한 것은 1928년이니 역사도 깊다.

사람들은 입 냄새 제거, 졸음 방지, 긴장 완화, 집중력 강화, 치매 예방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껌을 찾는다. 하지만 껌을 선호하는 심리적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씹는 자체가 ‘먹는다’는 것과 가까운 행동이며 먹는 동안은 졸리지 않고, 먹는 동안은 복잡한 고민이나 불안한 생각도 사라지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 그것이다.

이런 ‘껌의 가격’이 우리사회에서 언제 부턴가 ‘부담이 전혀 없는 작은 돈’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상점 물건 가운데 가장 값이 싼 것이기도 하며 대기업에서 만드는 공산품 먹거리 가운데는 가장 싼 것에 속하는 상징성이 있어서 라고 한다.

하지만 껌값은 사람의 재력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민의 껌값’과 ‘재벌의 껌값’이 다르듯 말이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를 이끌었던 퍼거슨(78) 전 감독이 은퇴 전 마지막 경기에서 씹었던 껌이 한 경매에서 39만파운드(약 5억8천500만원)에 낙찰된 것처럼. 역시 ‘껌값’에도 양극화는 엄연히 존재 하는가 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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