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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오늘도 입을 막습니다

 

춘분이 지나면서 단비가 내렸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봄을 깨우는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미세먼지에 찌들었던 수목들은 생기를 찾고 버드나무는 꽃을 만드느라 바람을 불러 모으고 침묵하던 나무도 입덧을 시작했다.

남쪽은 벌써부터 꽃 소식이 들렸지만 여기는 지금부터 시작인 듯하다. 올해는 예년보다 봄꽃들의 개화가 빨라져 꽃 축제를 준비하는 기관은 걱정과 근심이 많다고 한다.

베란다에 까치가 놀러왔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주변이 개발되기 전에는 흔하게 보던 풍경이었는데 요즘은 뜸하다. 집 주변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배나무 과수원이었다. 봄의 꽃향기보다 먼저 두엄냄새가 찾아왔고 과수원에 농약뿌리는 소리가 새벽을 열곤 했었다.

배꽃이 환하게 피면 벌 나비 대신 꽃의 초례청을 차리는 사람들의 손길이 바빴고 열매에 봉지를 씌우는 작업이 끝나면 과수원 담장에 빨간 장미가 환하게 켜지곤 했는데 지금은 회색 건물로 꽉 찼다.

아파트에서 나오는 사람들 저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감기에 걸렸거나 누군가에서 전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이었다. 해서 옆에 다가서기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됐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자기관리가 잘 되는 사람 같기도 한 세상이 됐다.

한 달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니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하게 된다. 집안에 생후 18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 아기는 자꾸 밖으로 나가려하는데 아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일이 몹시 부담스럽다.

아기와 함께 외출을 하면 저 맑고 깨끗한 몸속에 오염물질을 가득 넣어주는 것 같고 호흡기에 초미세먼지 입자가 그대로 붙을 것 같아 불안하고 미안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는 아기에게 느껴야하는 죄책감을 어쩌면 좋을까. 그렇다고 아기를 집안에서만 키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러다간 공기를 수입해서 호흡하는 날이 머잖아 올 수도 있겠다 싶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장마 때면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쌓였던 먼지며 불순물이 비와 함께 쓸려 내려갔다. 범람하는 하천에 생활쓰레기를 비롯한 쌓였던 먼지가 한몫에 쓸려가고 나면 거리와 주변이 산뜻하고 올려다본 하늘이 눈이 부셨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강우량이 줄고 장마에도 비다운 비가 내린지가 오래되다보니 거리며 곳곳에 쌓였던 먼지가 일어섰다 다시 내려앉는 과정에서 잘게 부서지기만 하다 보니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 같다.

물론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많은 비가 오지 않는 것도 이유 일게다. 정부가 인공 비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는 역부족 같다. 주변에 개발이 계속되면서 없어지는 숲과 개발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원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꽃피는 봄날 꽃구경을 나서면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려야하고 아기와 봄나들이 나서는 것이 죄스럽지 않은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그에 걸맞은 정책과 실천으로 살맛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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