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쉬지 않는 사회

 

한 지인이 있었다. 그는 가난에 한이 맺혔다. 그저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인정사정도 없었다. 돈만 들어오면 못할 짓이 없었다. 없는 자에겐 메몰 찼고, 강자 앞에선 제대로 고개 한번 들지 못했다. 모두가 돈 때문이었다.

그렇게 돈을 긁어모았다. 할 짓 못할 짓 다해가면서 한푼 두푼 번 돈으로 가족들도 먹여 살리고 집도 한 칸 샀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수시로 없는 자에겐, 약자 앞에선 모진 소리를 했다. 자신의 가난 했던 시절은 잊은 듯 했다. 그러나 인생사는 참 불가사의 한 것이다.

어느 날 병이 났다. 당뇨병이 들었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죽을 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돈 들어가는 게 무서워 자가진단으로 치료를 했다. 그러자 다른 병이 따라왔다. 혈관도 막히고, 위암도 찾아왔다. 치아도 나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관절염에 낙상까지 당했다. 고관절이 나갔다. 수술하고 돈 드는 게 무서워 재활 치료를 무시했다.

그러자 거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밤에는 불면증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낮에는 사무실에 실려 나와 졸고 앉았다. 운동을 못 하니 온갖 잡병이 한꺼번에 몰려 들었다. 초기치매까지 닥쳤다. 그런데도 그는 오직 한 가지에 골몰했다. 돈, 돈이었다. 주야로 생각는 게 돈밖에 없었다. 날마다 챙기는 게 저금통장이었다. 통장 속의 숫자만 보고 앉았다.

그에게 인생이란 오직 돈 모으는 일 뿐이었다. 그 일로 해서 그는 밤낮이 없었다. 한 시도 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통장 속의 돈 뿐이다.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제 발로 움직이지 못하니, 돈도 한갓 신기루에 불과하다.

나는 그를 보며 나 자신을 생각한다. 나 또한 다를 것이 뭐 있는가? 오직 재물과 출세, 명예욕 하나에 눈이 멀어 쉬지 않고 달려오지 않았던가? 그렇다.

우리는 지금 물질만능주의에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간다. 밤낮이 없다. 힘들고 버겁다. 그래도 뛴다. 쉬지 않는 사회, 끝없이 질주하는 인생살이에 모두가 병들어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과하면 탈이 난다. 과식, 과로, 과 운동, 과욕심이 다 그러하다. 생각도 과하면 병이 된다. 스트레스도 과하면 육신이 멍든다. 브레이크 없는 고속열차처럼 너나없이 앞만 보고 질주한다.

열심히 일하는 걸 누가 참견하겠는가. 또 그래야 발전한다. 그러나 때로는 쉴 줄도 알아야 한다. 맛있는 음식도 알맞게 먹으면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 종일 일했으면 저녁엔 쉬어야 한다. 쉬지 않고 일하면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감기몸살이 온다. 이제 좀 쉬라는 소리다.

몸에 좋은 운동도 적당히 해야 한다. 심하면 독이 된다. 욕심도 적당한 선에서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과욕은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든다. 뿐인가.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비워야만 채워지는 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쉬지 못한다. 그저 무언가 일을 해야만 불안하지 않다. 휴일에도 일을 한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 이제 좀 쉬자. 여가도 즐기고 여행도 다니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어차피 이승의 삶은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일만 하다가 죽으면 억울해서 어찌 눈을 감겠는가? 그러니 더 많이 가지려, 더 높이 오르고자 몸부림치는 그대. 이제 조금 쉬면서 숨을 가다듬기 바란다.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