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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다시보기]링컨은 누구인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중심에 길게 펼쳐진 잔디밭 내셔널 몰의 한 쪽 끝에는 미국의사당 건물이 있고, 마주보이는 다른 쪽 끝에는 링컨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1963년 8월 수십만 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이 기념관 계단에서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토해 낸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란 명연설은 미국 인권운동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46년 후 오바마는 같은 장소에서 제4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때까지 미국대통령 취임식은 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것이 관례였다. 그만큼 링컨은 미국대통령 중에서도 상징적인 존재다.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역대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거의 매년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이 가장 존경받는 자국 대통령으로 꼽힌다.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당을 초월해 링컨을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링컨은 찢겨진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노예를 해방시키는 위업을 이룬 대통령이다. 그의 전기만 해도 수십 권에 이른다. 역사상 가장 많은 전기가 그를 대상으로 쓰여졌다. 그만큼 그는 흥미로운 인간이고, 여러 측면에서 관찰해야 할 연구대상이다. 난들 링컨을 알아가면서 왜 그에게 빠져들지 않겠는가.

나는 링컨에 심취한 이후 그의 발자취를 추적해 왔다. 언론사 특파원으로 워싱턴에 나가 있는 동안 링컨기념관을 수차례 방문했고, 펜실베니아주 게티스버그에 들러 역사적 전투와 연설현장을 둘러봤다. 링컨의 출생지인 켄터키주 하젠빌은 특파원 때와 몇 년 전 두 차례 방문했다.

최근에는 에이브라함 링컨의 도시라고 불리는 스프링필드의 링컨 집과 대통령 박물관, 그리고 그가 14년간 살았던 인디애나주 링컨시티에 있는 링컨의 소년시절 국립공원을 들러 자료를 모았다.

인간 링컨의 가장 큰 특장은 정직성과 성실성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깨끗한 마음 밭의 소유자였고,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그와 일하고 교류한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사적인 관계에서든 공적인 일에서든 정직과 정의가 그의 행동기준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그는 순수성을 잃지 않았고, 곁길로 가지 않았다. 편법과 꼼수를 거부했다. 정직은 최선의 방책임을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입증했다.

청년시절 가게를 맡아 운영하면서 실수로 더 받은 물건 값 6센트를 늦은 밤에 손님을 찾아가 되돌려주고 사과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저울 눈금이 잘못돼 차 50그램을 덜 준 사실을 확인하고 손님을 찾아가 전달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링컨은 ‘정직한 에이브’로 불린다. 주의회 의원으로 출마했을 때에는 당 선거본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대부분을 되돌려줬다. 출마자들은 선거비용을 추가로 많이 사용했던 관행을 깨는 행위였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도 소송사건 의뢰를 무턱대고 받지 않았다. 의뢰인의 정당성을 확인한 후에 수임했고, 재판 후 받은 수임료가 자신이 정한 기준을 넘었다고 생각되면 어김없이 나머지를 되돌려 보냈다. 빚과 하숙비로 항상 쪼들리는 생활을 했지만, 그는 진정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수뢰혐의로 쇠고랑 차는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을 종종 보면서 링컨의 정직하고 검약(儉約)한 인품을 떠올리곤 한다.

어머니, 누나, 애인, 두 아들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며 처절하게 상심하고 절망할지언정, 그는 정도(正道)를 포기하지 않았다.

숫한 불행과 고난 앞에서 일시적으로 낙담할지라도 그는 분연히 다시 일어났다. 그 복원력의 바탕은 바로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이라고 나는 믿는다. 정치적으로 오해와 공격을 받고, 자신의 정치적 장래가 위협당할 때도 그는 고집스럽게 원칙과 소신을 지켰다. 그 원동력은 바로 정직하고 깨끗한 마음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그의 삶은 실패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 힘든 과정 속에서 링컨은 누구보다도 양심에 충실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시간이 갈수록 ‘어떤 경우에도 저 사람만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의 폭을 넓혀갔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그가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링컨의 정직한 인품에 바탕한 소신과 공익정신은 당리당략, 인기영합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정치인들, 나아가 혼탁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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