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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귀한 몸 제비

‘만리장천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복희씨 맺힌 그물을 두루쳐 메고서 나간다./망탕산으로 나간다./우이여∼ 어허어 어이고 저 제비 네 어디로 달아나노.’

우리가 잘 아는 판소리 ‘제비가’의 한 대목이다. 놀보가 흥보의 이야기를 듣고 박씨를 물어다 부자가 되게 해 줄 제비를 후리러 다니는 내용이다. 이처럼 제비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은혜를 갚는 하늘의 심부름꾼을 뜻한다고 해서 예부터 매우 친숙하다.

특히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강남에 갔다가 3월 3일 삼짇날에 돌아오는데, 이와 같이 수가 겹치는 날에 갔다가 수가 겹치는 날에 돌아오는 새라고 해서 민간에서는 감각과 신경이 예민하고 총명한 영물로 인식하고 길조(吉鳥)로 여겨왔다. 따라서 집에 제비가 들어와 보금자리를 트는 것은 좋은 일이 생길 조짐으로, 제비가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독일에서도 제비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봄을 알리는 새이며, 동시에 행운을 가져오고, 집을 수호하는 새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초의 제비가 도착하는 날에는 노래와 환성으로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가족 전원이 문에 나와서 맞이하고, 제비들에 엄숙하게 창고의 문을 연다고 한다. 또 최초의 제비가 돌아오는 것을 탐지하는 기계까지 갖추고 첫 제비가 발견되면 마을의 관청이 모두에게 알렸다고 한다.

그리스에선 봄에 제비를 노래로 환영하는 풍습이 있다. 또 일부 섬 어린이들은 나무로 만든 제비를 원통 위에 돌도록 매달아서 제비의 노래를 부르는 행사가 아직도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봄에 찾아와서 가을에 떠난다고 해서 사연(社燕)이라고도 부른다. 제비가 항상 같은 둥지로 돌아오는 습성을 빗대 옛 친구와의 재회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한다. 과거엔 발에 끈을 묶어 돌아온 제비를 확인하는 풍습도 있었다. 또 금슬 좋은 부부를 쌍연(雙燕)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제비는 필리핀·태국·베트남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오는 철새가 대부분이다. 거리만도 4천여㎞에 이른다. 그러나 먼 거리 탓은 아닐진대 요즘 제비 보기가 어렵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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