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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포리아]부부 행복을 가져다주는 기여

 

 

 

최근 배우자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속상했거나 화가 났던 순간이 있었는가? 그 불편했던 상황을 떠올려보자. 만약 그때 배우자가 어떤 행동 또는 말을 했으면 내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 배우자에게 기대한 것은 무엇인가?

평소 1시간 정도 운전하면 충분히 도착 가능한 거리를 도로 사정 때문에 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3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운전 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어느 경우가 더 피곤할까? 운전한 시간은 같기 때문에 육체 피로도는 동일할지 모르겠지만, 예상(기대)보다 긴 시간 운전한 경우 심리적 피로가 높아진다.

매일 오가며 잘 알고 있는 출근길에도 내 기대와 다른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하물며 부부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발생하겠는가. 부부 사이에도 기대가 존재한다. 하지만 배우자는 내 ‘기대’에 항상 부응하는 사람이 아니다. 배우자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기대가 합리적이지 않다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지게 된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 해당 종목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칭송받던 선수가 지도자가 된 후 평균 이하의 성적을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스포츠 격언이다. 축구 스타 마라도나의 선수 시절 성적과 지도자 성적 차이가 대표적 사례이다. 명선수 출신 지도자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이 가진 탁월한 능력 때문이다. 이 탁월함이 합리적이지 않은 기대를 만든다.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선수는 보통 수준의 선수 이상의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다. 보통 수준의 선수가 해내기 힘든 일들을 어렵지 않게 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도자가 된 이후 자신의 탁월함을 기준으로 선수를 바라보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은 어렵지 않게 했던 동작을 선수가 하지 못할 경우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선수의 탓으로 돌린다.

선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도자의 기대는 합리적이지 않다. 자신의 기대와 다른 결과를 보이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답답해하는 지도자,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지도자를 대하는 것이 불편해한 선수들.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팀의 성적은 좋을 수 없다.

강점은 ‘신념’에 영향을 주고 ‘기대’를 만든다. 배려에 강점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로 대할 뿐만 아니라 주변 물건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다. 이 상황은 아무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물건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배우자의 모습을 보게 되면 기대가 발생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었으면, 물건을 소중히 다뤘으면 하는 기대가 생긴다. 하지만 배우자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나의 강점에서 발생하는 기대를 다른 사람이 충족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람은 나와 다른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 강점에서 발생한 기대대로 행동 또는 말하지 않는 배우자를 바라보며 실망하는 것은 보통 수준의 선수에게 자기 기준의 무리한 요구를 하며 실망하는 지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배우자에 대한 기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부부 행복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대가 아닌 ‘기여’를 할 때 부부 아포리아(난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하지만 기여하는 사람은 기여의 한계를 자신이 정해야 한다. 한계를 넘어선 기여는 희생으로 변하고 지속할 수 없다. 만약 한계를 느낀다면 배우자에게 정중히 요청하자. 요청은 강요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여하는 배우자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기여한다고 해서 그 일이 쉬운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나와 다른 강점을 가진 배우자가 우리 부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기대가 줄어들수록 부부 행복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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