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의 동쪽 산성(山城)을 풍수 상 일자문성(一字文星)이라 하는데 산봉우리가 붓처럼 뾰쪽하지 않고 수평적인 일(一)자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 산이 바로 팔달산의 안산(案山)이 된다.

일자문성의 북쪽 끝은 동일치(東一雉)이고 남쪽 끝은 동남각루가 되며 거리는 666보(약 800m)가 된다.

동남각루의 준공일은 1796년 7월 25일이고 서북각루는 16일 이전인 7월 9일에 끝났다. 당시의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충분히 동남각루의 공사를 진행할 정도의 공사기간이 된다.

화성성역의궤의 권수(卷首)에 의하면 동남각루는 서북각루와 규모, 크기 및 높이가 같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이번에는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두 건물의 목수는 서울출신으로 서북각루는 권성문(權成文), 동남각루는 김성인(金成仁)이다. 권성문은 640일 동안 팔달문과 행궁 등의 중요건물을 세웠고 김성인은 323일 동안 동장대 등 주로 동성(東城) 쪽 일을 맡아 했다.

두 목수는 1795년 9월부터 10월 사이 창룡문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다. 동남각루를 지은 김성인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록을 분석하면 뛰어난 목수였던 것 같다. 의궤에서는 김성인보다 더 오래 일한 목수의 이름은 많이 나오지만, 담당 업무에 관한 기록이 없다. 이에 김성인은 맡았던 업무가 기록돼 있어 그가 공사를 주관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면에서 동남각루는 정방형 4칸으로 각 변의 길이는 14척, 면적은 18.84㎡이고 서북가루는 장방형으로 길이는 정면 22척, 측면 18척, 면적은 35.64㎡이다. 면적의 개념은 4칸으로 같은 크기이지만, 실제는 2배의 차이를 보인다. 사용측면에서 동남각루는 계단을 외부에 설치해 2층 전체를 활용한다.

이에 반해 서북각루는 계단을 내부에 설치함으로 면적의 ¾(75%)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내부 중앙에 기둥을 설치함으로써 내부 공간 활용에도 제한이 있다. 평면에서 두 각루의 차이점은 분명하며 동남각루의 실용적인 면은 서북각루에 앞선다.

자재의 활용 면에서 보면, 동남각루는 최소한의 부재를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서북각루의 기둥은 9개지만, 동남각루는 7개로 공간 활용을 더 잘하고 있다. 2개의 기둥이 없는 곳은 정중앙과 계단이 있는 부분이다. 기둥을 없애는 것이 얼마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붕 형태에서 보면, 동남각루는 정방형 평면에 합각이 없는 모임지붕으로 높이가 매우 높아 멀리서 보면 마치 탑처럼 인지되어 각루(십자각)의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서북각루는 장방형에 합각지붕으로 긴 용마루를 강조하고 있어 십자각의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공격력 측면에서 보면, 동남각루는 배면을 제외한 모든 면 즉, 양 측면에서도 외부로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서북각루는 계단으로 인해 1칸이 없어져 공격을 할 수 있는 면이 적어졌다. 따라서 전투력은 동남각루가 더 우수하다.

방어력 측면에서 보면, 지붕 형태에서 오는 차이는 분명하다. 합각은 특성상 박공을 설치해야 하는데 박공 목재판은 화공(火攻)에 약하기 때문에 합각이 있는 서북각루보다 모임지붕의 동남각루가 방어에 유리하다.

정조가 수원을 왕의 도시로 만들고 싶어 공사 막바지에 각루를 추가하였는데 동남각루는 십자각의 의미가 있는 정방형 모임지붕을 하여 이를 잘 이어나가고 있다. 어쩌면 서북각루를 짓는 도중 각루의 개념이 도입되어 동남각루를 정방형 모임지붕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러 기법을 볼 때 동남각루는 서북각루보다 우수하고 각루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어 목수 김성인과 동남각루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동남각루는 1978년 복원되었으며 약 30년이 지난 2016년 건물이 기울어져 해체 보수를 하였다.

다음에는 이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