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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새들 날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앞 유리에 뭔가가 부딪혔다. 순간 가슴이 턱 멎는 듯 놀랐다. 앞 유리에 내리 꽂힌 것은 비둘기였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벌떡이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비둘기는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고꾸라졌고 그 위를 차들이 덮쳤다. 이내 비둘기는 납작해지면서 형체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새에게도 미안할 뿐더러 마음이 불편했다.

새는 반사된 나무를 실제로 착각하고 날아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루에 2만여 마리 정도가 그렇게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하루에 2만 마리면 1년이면 800만 마리는 죽는다는 얘기다. 실로 엄청난 숫자의 조류가 희생을 당하는 것이다.

건물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 그리고 이런저런 인공구조물에 비친 나뭇가지를 보고 날아들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간혹 투명 방음벽에 날아가는 독수리나 매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을 본다. 이 버드세이버는 나무를 보고 날아드는 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새들은 고정돼있는 조형물에는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고 한다.

어느 학자의 말에 따르면 새는 앞에 나무가 있다고 꼭대기를 넘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 사이를 날기 때문에 방음벽 안쪽으로 나무가 있으면 그대로 돌진해 부딪히는 것이라고 한다.

새는 비행을 하기 위해 뼛속에 빈 공간이 많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어딘가에 부딪히면 두개골에 치명상을 입어 죽는다고 한다. 새가 사고를 당하는 것은 도로나 대형건물 혹은 상가 등 곳곳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우리 매장은 시골에 가까운 도시형 매장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도로변 은행나무가 가지를 늘인 채 기웃거렸다. 은행나무에는 참새들이 오래전부터 세 들어 살았고 그 지저귐이 새들의 합창처럼 들리고 했다. 이 가지 저 가지 잰 걸음으로 옮겨 다니며 노래했고 배설물 또한 만만찮게 쏟아냈지만 새를 보는 즐거움 또한 만만찮았다.

어느 날 쿵 소리에 나가보니 바닥에 떨어진 참새가 파르르 떨다가 이내 죽었다. 제 터전에서도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멍청이 참새가 아니야 하면서도 안쓰럽고 딱해 묻어 주었다. 창유리에 일렁이는 은행나무를 보고 날아들다 당한 것이다. 동물들도 안전지대는 없다.

거리에 나서보면 고양이를 비롯한 로드킬 당한 동물과 쉽게 마주한다. 죽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지 선명한 핏자국과 널브러진 형체들이 달리는 차량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참혹한 광경이다.

동물들은 자신들만이 다니는 길이 따로 있는데 개발되면서 길이 없어지게 되다보니 우왕좌왕하다가 차도로 뛰어들게 되고 로드킬로 이어지게 된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동물 출몰이 잦은 곳이라는 표지판을 붙여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하고 울타리나 이동통로를 따로 마련해 동물을 보호한다.

이는 동물보호에 앞서 인명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이 크다. 갑자기 출몰한 야생동물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이는 곧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산림과 녹지의 훼손을 줄이고 도토리나 임산물의 무분별한 채취를 줄여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무엇보다 조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보호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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