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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저녁 한 때의 카니발

 

 

 

저녁 한 때의 카니발

/박성현

가장 빛나는 추억은 긴 침묵과 함께 오네 꿈을 속삭이는 바람과 카니발의 찬란한 불빛들이 끝없이 이어진 공원의 검붉은 해변, 나는 서쪽의 깊고 조용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네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카니발의 저녁 한 때, 외투에 스며든 빛을 털며 수많은 사람들이 익어가네 당신은 달콤한 버터에 녹고 라디오는 버지니아 풍의 흘러간 재즈를 틀었지 우리는 느리게 현을 치는 콘트라베이스에 이끌려 한없이 투명한 춤을 추었네 산책이란 아무도 모르는 지도를 걸으며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꿈을 속삭이는 가벼운 바람 속에서 카니발의 때 늦은 저녁이 긴 침묵과 함께 오네.

 

 

 

 

시인의 시를 읽다보니 음악의 선율이 전언되는 이야기시의 새로운 맛을 느낀다. 누구나 꼭 한번 받고 싶은 상이라고 했던가,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을 먼저 축하한다. 시인은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능공간을 한껏 열어 놓고 잠재성의 세계와 현실적 층위를 아슬아슬하게 잇고 있는 시편들 속에 무의식의 시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시인은 아무 희망 없이 시를 사랑하겠다고 고백했다. 몸의 기관들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순간에 찾아오는 통증 같은 다짐을 하듯 숨겨진 서정의 노래 안에 우울함이 내재한 길 찾기 서정의 울림들이 회귀의 전환으로 다시 우뚝서 균형을 세우기를 기대해 본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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