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둔화’에서 ‘부진’으로 더 나빠진 경제
[사설]‘둔화’에서 ‘부진’으로 더 나빠진 경제
  • 경기신문
  • 승인 2019.04.0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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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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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펴낸 ‘경제동향 4월호’에서 “한국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국책 연구기관은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표현을 ‘둔화’에서 ‘부진’으로 바꾼 것이다.

한국경제는 이미 위험 신호들을 적지 않게 보내고 있다. 2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9%, 설비투자는 10.4% 각각 감소했다.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개월째,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1분기 중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은 2만9천91명으로 작년 4분기보다 2천552명 급증했다. 작년 3분기와 4분기에는 이런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각각 전분기보다 165명, 109명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파른 증가세다.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실적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1분이 영업이익은 15조6천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4% 급감했다. 삼성전자 외에 다른 주요 상장사들도 실적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이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와 외부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기존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첨단 산업도 강국들에 밀리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가계부채는 소비를 억누르고 있다. 작년 4분기 말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9%로 국제금융협회(IIF)가 수치를 제시한 34개 선진·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선진시장 평균은 72.7%, 신흥시장은 37.6%였다. 게다가 미국, 중국, 유럽경제도 흔들리고 있어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로서는 타격을 입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황 악화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경기악화, 기업실적 부진, 소득 감소, 금융기관 부실 등을 거치는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소수의견에 불과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똑바로 보고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는 표피적 처방보다는 근원적 대책을 세워야 하고, 국회는 불필요한 정쟁에서 벗어나 경제대책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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