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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경영]노키아(Nokia)의 함정

 

 

 

노키아(Nokia)는 핀란드 남서부의 탐페레에 세운 작은 펄프공장을 모태로 한다. 3년 후 15㎞ 떨어진 노키아강(Nokianvirta) 언덕에 두 번째 공장을 세웠고, 1871년 강 이름을 따서 회사 명칭을 노키아(Nokia Ab)로 정하게 된다. 핀란드가 강점으로 여기는 목재와 제지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시작해 이후,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로 케이블, 타이어, 전자, 통신제조업 등 폭넓은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1992년 요르마 올릴라(Jorma Ollila)가 CEO로 취임한 후 고무, 제지와 펄프, 타이어 등의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이동전화 단말기와 정보통신 사업에 집중했다. 천연자원으로 가공 제품을 만들던 업체가 첨단 통신 장비와 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는 목재, 고무, 구리와 같은 천연자원을 통한 가공업만을 지속하는 건 전자 기기가 확대 보급되는 상황에서 향후 10년을 내다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결국 노키아는 유럽식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의 GSM 휴대전화 개발로 세계적 기업 대열에 진입하게 된다. 1998년에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2011년까지 13년 동안이나 유지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키아 효과(Nokia Effect)’라 불리는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게 된다.

하지만,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한 때 40%에 이르렀던 노키아의 독주는 영원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커져버린 조직 내의 의사 결정에 문제가 생기며 2013년에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기게 된다. 2013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의 휴대전화·서비스 사업 및 특허권을 54억5천유로(한화 약 7조8천650억 원)에 인수했다. 핀란드 경제의 25% 이상을 책임지던 노키아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핀란드 국민들과 노키아의 임직원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계 초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던 노키아가 실패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였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시장에 나오기 한참 전인 1990년대 후반에 이미 무선 인터넷과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태블릿 컴퓨터를 개발했다. 경쟁사들보다 훨씬 빨리 시장에 진입한 결과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직전인 2006년에 이 회사의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3천900만 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에 출시되기 이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는 피처폰 시장에 비해 매우 작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6년 올리페카 칼라스부오(Olli Pekka Kallasvuo) 신임 CEO는 피처폰 강화 전략으로 선회한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피처폰 사업 부문으로 통합됐고, 당연히 후속 스마트폰 모델과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더뎌져 갔다.

노키아는 애플사의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으로의 시장변화를 제대로 감지해 내지 못하고, 기존 자신들의 상품을 고수하면서 그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노키아는 자체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세계 표준으로 내세워 제품을 내놓았지만 편리성과 호환성에서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뒤쳐졌다. 노키아가 전략적인 오류를 범하면서 고전하는 동안 애플과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노키아가 마지막으로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1위를 기록한 2011년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2013년은 불과 2년의 짧은 시간이다. 비즈니스 현장은 항상 변화와 혁신이 공존하는 곳이다. 10년 전 노키아가 밟았던 전철을 어느 기업이든지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노키아의 함정’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전략을 점검하고 수정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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