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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갈라파고스에 갇힌 한국 문학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독특한 생태계를 가진 섬들이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다. 여기 동식물들은 수백만 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탓에 독자적인 형태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외부와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생태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육지에서 외부종이 유입되자 섬의 생태계가 교란됐고 결국 면역력이 약한 고유종들은 멸종되거나 멸종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서 갈라파고스 현상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1980년대 일본의 전자 제품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은 세계 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자신들의 표준만을 고집하다가 경쟁력 약화로 세계 시장에서 밀렸다. 이처럼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할지라도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갈라파고스 현상이라고 한다.

이 용어를 곱씹으면 요즘 한국 문학의 현실이 따라온다. 한국 문학은 최근 몇 년 간 노벨 문학상 운운 했지만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이 곧 문학의 국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잣대는 아니지만, 우리 문학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 문학이 국제적 감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은 지나치게 우리 민족 중심적이고, 주제도 감상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 문학은 남북분단의 아픔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에는 산업화 민주화 과정의 정치 사회 현실이 주요 내용이다. 주제도 이 과정에서 겪는 아픔이 전부다. 이는 우리 문학이 우물에 갇혀 있다는 말과 동의어다. 다시 말하면 외국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 문학 교육 환경도 문제다. 국내 대학의 외국 문학 학과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취업 선호 학과에 치중하면서 외국 문학 관련 학과는 폐과가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대학에 남아 있는 학과들도 졸업생 등 동문들의 저항 덕에 버티고 있는 것이지 학문의 내용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외국 문학은 형식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학 교과서에 외국 문학 작품이 실려 있지만 다루지 않는다. 이유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지 않기 때문에 가르치지 않는다.

교육과정에는 지도 과정에서 한국 문학의 배타적 우월성을 강조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성취기준을 두고 있다.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감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국 문학 작품을 배제하는 것은 그 자체가 배타적 우월성의 태도를 보이는 꼴이다.

우리 문학을 키우기 위해서는 외국 문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 문학은 우리 문학을 바르게 보기 위한 거울이며 동시에 우리 문학을 도약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우리는 외국 문학에 대해 관심도 없으면서, 우리 문학이 세계에서 주목 받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욕심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문학 교육의 목표는 인간과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있다. 즉 문학은 수능 시험을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지금은 다민족이 살아가는 시대다. 우리 주변에도 국제결혼을 한 사람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인도 많이 살고 있고, 또 우리도 외국에서 살아야 한다. 다문화 이해를 위해 외국 옷 몇 번 입어보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

우리는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다. 문학을 포함한 모든 인류의 문화는 고립되어 전개되지 않는다.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서로 다른 문학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배우고 즐겨야 한다. 그리고 그 다른 문학 속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적인 슬픔과 따뜻함이 있음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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