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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 나답게 살기 프로젝트

 

4월5일자 ‘여자다워라’라는 교가를 바꾼 강화여고 학생들이라는 시사인 기사를 봤다. 이 기사를 보면서 고등학교 때 칠판 위에 걸려있던 급훈이 생각났다. ‘순결’이라고 적혀있던 급훈은 보지 않으려고 해도 칠판 위에 위치해 있어서 매일 보면서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또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강조하던 ‘몸가짐, 단정함, 정숙함’은 여자가 지켜야 할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과도한 요구가 불편했지만 항변하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착하게 살지 않았음에도 질문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데 더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니 비겁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분출하기도 했다.

사회가 가진 통념으로 무장한 나는 여자인 몸을 싫어하고 명예남성으로 살았다.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 버스 안, 학교 선생님들에 의한 침해를 받으면서도 난 스무살이 되기만 바랬다. 어른들이 말하는 대학을 가면 내 세상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남자 선배들에 의해 캠퍼스에서 여성을 대상화해 품평을 할 때도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할 때도 그 자리를 피하거나 같이 여자들을 욕하거나 여성성을 발현하면서 생존을 했다. 살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질문이 들었다. 그래서 알고 싶어졌고 알아가면서 난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나답게 살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하면서 종교도 사회학·경제학·정치학 등도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30대에 만난 페미니즘이 무겁고 단단한 돌덩이가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안다는 것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이 또 하나의 낙인이 됐다. 할 말을 하는 것이 비난받거나 유별나다고 평가됐다.

이러한 페미니스트낙인은 말하지 않아도 지금 여기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없었던 것이 아니라 묻어 두고 감추고 일상에서 당연한 것처럼 여기던 문제들은 오프라인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연속적으로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김학의 성폭력 사건, 버닝썬, 정준영 몰카 공유 사건 등으로 사회에서는 떠들썩하지만 집단적으로 성희롱, 촬영물 공유 등은 놀이를 하듯 유통되고 거래가 되고 있다. 범죄라는 인식 없이 누구에게는 늘 상 공유되고 보던 것들로 말이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지만 오늘 또 만취여성 사진올리고 ‘몸매 어때 위험한 장난’(2019년 04월 09일 중앙일보)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한국사회는 이러한 괴물들을 언제까지 놔둘 것인가 아니 탄생 시킬 것인가 드라마나 허구가 결코 아니다. 60년이 된 교가를 바꿔 낸 학생들이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관습이라고 여기면서 전통으로 이어져 관행처럼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에 맞게 재구성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멋지고 똑똑한 후배들이 있다.

이에 나는 먼저 살아가고 있는 선배로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피해에 대상이 돼 살아가게 하고 싶지 않다. 개인과 공동체가 모두 안전하고 자신이 가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어야 하는 것이 나의 임무 우리 모두의 임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더 이상 그렇게 익숙한 방법으로 살지 않을 용기로 정상이라고 믿는 강한 신념을 균열내야 한다.

페미니스트가 유별나거나 비난해야 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숨겨져 있던 다른 시선’(여성학이야기, 민가영, 2018)으로 세계를 보고 세계 안에 누구와 사는지 상생하기 위해서 다름을 인정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나답게 살기위한 프로젝트에 같이 동참하여 상생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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