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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이야기]‘이야기 본능’을 깨우자

 

셰익스피어는 한숨을 쉬고 있는 청소부에게 말했다. “그대 친구여, 한탄하지 마시오. 그대는 지금 신(神)이 지어 놓으신 이 세계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오”

이야기(story)도 어쩌면 마음 한 모퉁이에 쌓여있던 세상의 찌꺼기를 청량하게 씻겨주는 빗자루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가끔 어린 시절 이야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어린이집에 ‘이야기 아줌마’가 커다란 그림책을 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셨는데 지금으로 치면 ‘동화 구연가’였다. 누군가 “이야기 아줌마 오신다!”라고 크게 외치면 우리들은 맨 앞줄에 앉으려고 후다닥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야기 아줌마가 자리를 잡으면 우리들은 꽃잎 같은 작은 손으로 손뼉을 치며 제비 같은 입으로 동요를 불렀다.

부엉 부엉새가 우는 데 / 부엉 춥다고서 우는 데 / 우리들은 어린이집에 / 모두 옹기종기 앉아서 / 옛날 이야기를 듣지요.

노래가 끝나면 드디어 마법의 주문이 걸린다. “옛날 옛날에 토끼와 호랑이와 살았는데…”

우리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 여행을 떠난다. 낯선 곳에서 곰도, 토끼도, 이무기도, 다람쥐도 만나고 공주도 되고, 선녀도 되어 신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던 필자는 말하는 것 보다 듣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행복했다. 유년시절 이야기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런데 이 ‘옛날이야기’가 바로 ‘스토리텔링’의 한 전형이 아닐까?

필자는 카카오스토리(카스)를 즐긴다. 소소한 일상을 드러내어 타인들로부터 인정받고, 나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온라인상에서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이는 옛날이야기의 현대적 변형일지 모르겠다. 카스에 빠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실시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강의하는 17년차 강사다. 카스에는 강사로서 일하는 모습, 만난 사람들, 자잘한 일상에서의 느낌과 생각,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또 댓글을 주고받는 것도 큰 기쁨 중 하나이다. 실시간으로 일상을 남기는 이 일은 큰 삶의 의미가 됐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받고 격려해주며 삶의 방향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각종 SNS에서 시시콜콜한 자기 이야기를 올리며 즐거워할까? 이유는 우리에게 ‘이야기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여류 소설가 바이어트(Byatt)는 “이야기는 호흡이나 혈액순환처럼 인간 본질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스토리텔러로서 이야기를 하고 싶고,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틈나는 대로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그것을 메모한다. 내 마음대로 재해석한 한자성어를 내 생활의 모토로 삼고 있다. ‘적자생존’이라… “적자, 적어야 생존할 수 있다”

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자, 이제 몇 가지 질문을 당신에게 던져보겠다.

▲당신은 당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당신은 그 이야기를 잘 만들어가고 있는가? ▲당신의 인생 이야기는 건강한가? ▲당신은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나의 삶은 나의 역사이다. 나의 역사는 곧 나의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는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시인 로버트 팬 워렌는 이렇게 노래했다.

내게 이야기를 말해다오. / 이 열광의 순간, 열광의 세기에 이야기를 말해다오! / 아득한 거리에 있는 별빛의 이야기를. / 그 이야기의 이름은 시간, 하지만 그렇게 부르지 말고 / 심연의 기쁜 이야기를 들려다오!

이제, 당신 이야기의 본능을 깨울 시간이다. 숨을 죽이고, 눈이 반짝 빛나며,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일곱 개의 단어.

“자! 이제, 내가 너에게 이야기 하나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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