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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이사라

죽도록 달려도

사람은 안 보이는 그 곳이

황무지인데

아직 네가 찾지 않은 내가 황무지이듯

아직 내가 돌보지 않은 네 마음

아직 내가 손대지 않은 네 몸

아직 내가 눈 마주치지 않은 네 세상

우리가 아직 못 만났어도

그늘만이 뜨고 지는 곳이지만

그렇게 황무지는 버려진 곳이 아니어서

우리가 드디어 만났어도

끝 모를 풍화만이 가득할

그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뒤엉켜 켜켜이 함께 살아가고 있을

그 세상에서

네가 찾은 황무지가 나이기를.

 

 

시인의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를 만나는 것은 얼마 전이다. 따스한 시선으로 항해하는 빛의 그름을 타고 삶의 도정에서의 인내와 사랑, 또 깊은 사유의 결정체로 목소리는 낮고 침묵의 결처럼 긴장선위에서 일상으로 잡는 허무감을 단정한 어조와 격조로 구조와 결을 엄격하게 유지한다. 시인들은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삶의 고통을 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삶에의 경외에 다름이 아니었으며 귀한 미덕으로 자리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서 있어보면 안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헤어진 사람들 속에 다시 마주하는 일들은 아주 오랜 된 문밖으로 돌아오지 않을 여정을 가슴 한쪽에 숨겨두고 있다가 넉넉했거나, 아주 작은 마음의 크기와 넓이에 이중주를 두지 않더라도 황무지는 가장 보편적인 관계와 인연으로 아픔들을 아우르는 평화로움으로, 우리의 마음 안은 이미 고요하고 깨끗하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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