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松시선]일 중독 사회를 경계한다
[仁松시선]일 중독 사회를 경계한다
  • 경기신문
  • 승인 2019.04.15 20:05
  • 댓글 0
  •   17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환시인·목사
김윤환 시인·목사

한국 사회에서는 의사가 “당신은 지금 알코올 중독 상태입니다”라고 진단을 내려도 쉬 수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이 정도 안마시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느냐?” 반문한다. 현대인은 상당수가 일중독 상태임에도 역시 “지금처럼 치한 경쟁사회에서 이 정도 일 안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 반문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집단적인 일 중독증 상태에 빠져 있으며 그러한 일 중독증의 해악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마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전문의 이홍식 교수는 “일중독증은 업무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병리현상을 일컫는 말로 현대사회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사회적 성인병”이라고 설명했다.

일중독증은 알콜중독이나 약물중독처럼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을 너무 많이 하거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신체에 질병이 생기거나 지방발령을 받는 등 특정한 계기가 발생하면 기력을 상실하고 탈진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환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점점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런 행동을 보이다가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심한 갈등을 겪고 되며 우울증, 알콜 및 약물 중독 등 병리현상도 표출된다.

이들은 대개 운동을 게을리하고 담배와 술을 많이 피우는 한편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강한 분노와 증오감을 느낌으로써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심장박동이 증가하는 등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과로사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중 하나가 일 때문에 비롯되는 스트레스이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이홍식교수는 ‘일중독증 자가점검’ 10문항을 제시했다. ▲퇴근 후에도 업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일이 너무 폭주해서 휴가를 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일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안절부절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쟁의식이 강하고 일에 승부를 건다고 생각 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다 ▲혼자 식사를 할 때 옆에 서류나 일감을 놓고 보면서 시간을 절약하려고 한다 ▲매일매일 할 일을 빡빡하게 리스트로 만들어 놓는다 ▲정말로 일하는 것을 즐기고 다른 일에는 별로 관심도 없다.

점검 결과 10개 항목 중 8개 이상이 해당될 때는 일중독증의 가능성이 크므로 자신이 해야 할 일 위주로 업무를 처리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양에 일정을 맞추는 한편 운동 및 취미활동을 통해 신체와 정신 에너지를 축적하는 등 생활패턴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백이 전혀 없는 책을 상상해 보자. 빡빡하게 채워진 글자들이 읽히기는 커녕 우리의 머리와 눈을 아프게만 할 것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 여유는 음식과 공기 물처럼 필수적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유 없이 일을 진행하면 머지않아 그는 영적으로 병들어 가게 된다.

건강한 인생을 원한다면 모든 일정 속에 쉼을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의도적인 전략 없이 지속적으로 여유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일과 나머지 시간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분리를 분명히 하자. 일은 일터에 남겨두고 가정으로 가져가지 말자. 손뿐 아니라 머리 속에서도 일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책 속의 여백이 글자들을 돋보이도록 하듯이 누리는 그 쉼이 그 하는 일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