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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달 항아리 속의 고양이

항아리 속의 고양이

                            /최춘희

새로 돋은 이빨이 간지러운지 벽을 긁다가



서재 꼭대기 뛰어올라 슬며시 아래를 훔쳐보다



달 항아리 속에 들어가 잠든 애기 고양이



가르릉 소리를 내며 구만리 꿈길 돌고 돌아



젖도 못 떼고 생이별한 어미와 상봉 중이다



온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 웅크린 채



포근한 구름 수레에 실려 응석받이로 안겨 있네



쏟아질 듯 흘러넘치는 기분 좋은 햇살의



무량함이 체한 듯 둔중한 가슴을 씻겨주네



- 최춘희 시집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 / 2018

 

 

이제 막 이빨이 나기 시작한 애기 고양이가 달 항아리 속에 들어가 한정 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최대한 몸을 말아 잠에 든 모습. 젖도 못 떼고 어미와 헤어졌지만 어쩌겠는가. 한 끼의 장면을 덮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시간들이 한없이 밀려오고 있다. 나의 안쓰러움과 애기 고양이의 두려움이 교차하는 봄날, 눈부신 햇살과 대조되어 극명하게 다가온다. 애기 고양이가 어떻게 서재까지 오게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길거리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어서 안심이 된다. 저 어린 생명을 거두어준 손길이 없었다면, 여린 생명에 대한 경외가 없었다면 우리 곁에서 꽃 한 송이가 어떻게 피어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삭막하고 건조하겠는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바탕이고 그런 온기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살만 한 공간이 되게 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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