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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인격체… 교육이 그들의 재미를 뺏지 말아야죠”

9시 등교·경기 꿈의대학 실현… 이재정식 혁신교육 장본인이 던진 화두

 

 

 

이 재 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세월호 교육감’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2014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집중 희생된 세월호 참극이 발생하자 선거 운동을 멈추고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던 이 교육감은 그곳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수십번 곱씹었다고 밝혔다. 틀에 갇힌 교육만 받다가 허무하게 죽임을 당한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교육감이 되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책도 목적없이 읽으면 지식이 되지 않아요. 무엇을 하겠다는 목적없이 하루 15시간씩 교실에, 학원에 아이들을 가둬 두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경기도교육청 내 집무실에서 만난 이재정 교육감의 이 한마디에서 이 교육감의 혁신교육정책의 방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재정 교육감에게 미래 교육의 방향을 들었다.

학생들 원하는 9시 등교정책 밀어붙여
2014년 교육계 뒤흔든 일대 사건
5년이 지난 현재 반대 목소리 없어져

저녁급식문제선 교육감 철학 표출
“아이들끼리 해결하게 놔두자”

세월호 참사·혁신교육 경험한 학생들
이구동성으로 “예전 학교로 회귀 안 돼”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 찾아가 수강

고등학교란 삶을 준비하는 과정
준비 단단해야 삶의 질곡 극복 가능
국내 교육도 빨리 과거 구습 벗어나야

지역마다 여러 인사 모여 교육포럼 구성
함께 교육 만드는 게 ‘혁신교육3.0’ 핵심
앞으로 3년동안 혁신교육3.0 완성 매진


지난 5년 대한민국의 삶을 바꾼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저녁과 문화가 있는 삶을 추구하는 워라벨의 시원을 이룬 일이 바로 9시 등교가 아닐까.

2014년 6월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된 이재정 교육감은 진도 팽목항에 가졌던 생각을 잊지 않고 곧장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들은 “우리도 9시에 등교하게 해 달라”고 했다.

학부모단체를 비롯해 많은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원하는 일”이라며 9시 등교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였기 때문에 시행했다. 당시 맞벌이 부부들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지금 어떤 문제가 있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는 말도 많았는데, 그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해야 할 문제다. 학생들도 스스로를 컨트롤할 인격이 있고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교육현장은 군대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가장 큰 차이로 군대는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군인을 조직하지만, 학교는 틀을 깨는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가진 전문성과 관심을 스스로 알아내고, 그것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는 게 이 교육감의 메시지다.

몇몇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석식 급식문제에 대해서도 이 교육감의 철학은 ‘애들끼리 해결하게 놔두자’다.

“매일 같은 곳에서, 매일 같은 분위기의 음식을, 매일 같은 동료와 먹는다고 하자. 성인들도 그러고 싶어하느냐”고 반문하는 이 교육감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때론 친구들과 삼각김밥도 먹고, 컵라면도 사먹으면서 우정도 쌓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오늘 저녁에 무엇을 같이 먹을까를 고민하면서 생각의 틀도 조금씩 넓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올 초 경기도 내 31개 시군을 순회하며 시장·군수, 지역 정치인을 두루 만나 지역과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의 중요성을 알렸고, 김포시의 경우에는 100억원을 내년도 교육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답을 얻었다며 활짝 웃었다.

그래서일까. 이재정식 혁신교육은 더 힘이 세졌다.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 교육감과의 만남을 원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많았다. 세월호와 이재정식 혁신교육시대를 지나온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다시 예전의 학교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재정 교육감은 또 한번 혁신교육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앞으로 3년 동안 혁신교육 3.0의 완성에 매진하겠다”는 이 교육감은 “지역마다 50명에서 100명 내외의 교육계 인사, 정치인, 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모여 포럼을 구성하고 있다. 포럼을 통해 우리 지역에 맞는 교육의 모델을 찾아내고, 사회가 함께 하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 ‘혁신교육 3.0’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영유아교육에서 대학교육까지 전반을 직접 경험한 이 교육감은 또 고등학교가 교육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유아교육에서 시작해 고교 졸업 이전까지 자신의 삶의 목표와 진로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과정은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전문교육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이 교육감은 대학의 서열에서 자유로워질 때 우리나라 교육도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꿈의학교, 꿈의대학은 이 교육감의 이런 철학이 바탕이 된 실증 교육프로그램이다.

꿈의학교는 학교밖 단체, 학생 동아리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과후 수업으로 참여하며, 꿈의대학은 일반 대학에서 고교생 대상의 강의 개설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자율수강한다.

어찌 보면 혁명적인 이같은 노력의 결과를 토대로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시행한다. 교실 단위로 같은 수업을 받던 기존 교육방식을 뛰어넘어 대학처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찾아가 수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 교육감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 앞으로는 학급과 학년 개념이 사라지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기존까지의 교육체계 전반을 통째로 바꿔내는 교육변화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회학자들은 인성의 대부분은 유아 때 형성되고, 각종 교육과 지식의 습득은 17세 이전에 대부분 완성된다고 한다”고 설명한 이 교육감은 “피아노를 친다고 할 때, 17세 이전에 기능이 완성되고 이후는 손가락이 건반을 잊지 않도록 반복 훈련하는 과정인데, 지금 우리 교육은 고교까지 일반과정을 강요하고 있다. 이를 빨리 전문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워했다.

또 “아이들이 학교에서 창업을 많이 해 봤으면 한다. 창업과정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고,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경험도 배울 수 있다. 실패도 사회에서보다 고교 때 하면 더 극복하기도 좋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중국 알리바바 신화를 이룬 마윈의 대표적 명언으로 ‘If not now, When? If not me, Who?’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라는 이 말은 특히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이 교육감은 마윈에게서 많은 학생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정 교육감은 “고등학교는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준비가 단단해야 삶의 질곡을 극복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교육도 빨리 틀에 가두는 과거의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과 교보문고가 ‘꿈의 책방’ 서점과 관련해 맺은 업무협약에 대한 기대도 빼놓지 않았다.

이 교육감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제 아이들이 책방을 만들어 책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학생들이 직접 책을 사고팔면서 자연스레 더 많은 책도 읽게 될 것이고, 창업하는 학생들을 교육청이 돕겠다”고 전했다.

이재정 교육감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정책은 스포츠정책이다. 엘리트를 육성하기 위한 체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뛰어노는 스포츠 정책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학생들의 우울증이 늘고, 학교폭력, 왕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은 같이 뛰어놀고, 부딪치고 일으켜주는 스포츠를 통해 가능하다”는 이 교육감은 “함께 땀을 흘리며 우정을 쌓는다면 학교 내 많은 문제도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거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엘리트 체육인 육성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엘리트 체육은 지역 체육회, 가맹단체와 전문가 등이 주도해 이끌어야 한다. 학교 감독, 체육선생 한두명에 의존하는 엘리트교육은 한계가 명확하다. 학교가 교사, 학생, 학부모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재정확보와 대학입시제도 개선, 통일교육 등 할말이 많이 남아 아쉬움을 역력히 나타낸 이재정 교육감은 일본 방문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일본이 추진했던 혁신교육인 ‘유도리교육’이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분석해 경기도가 추구하는 혁신교육의 실수를 줄이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하는 교육, 학부모가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교육이 될 때 혁신교육도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도 인격을 가진 인격체다. 그들의 삶의 재미를 교육이 빼앗지 말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대담=최영재 사회부장 cyj@

/정리=안직수기자 jsahn@

/사진=조병석기자 jjang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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