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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松시선]진정한 위인 찾기

 

 

 

내가 사는 아파트는 매주 월요일이 분리수거하는 날이다. 언젠가부터 분리수거하면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종이를 모아놓는 장소를 조금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조금 여유를 갖고 뒤적뒤적하다 보면 간혹 횡재를 하기도 한다. 고급 볼펜이 책 속에 끼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아주 고급 수첩을 얻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횡재는 책이다. 생각지도 않던 유명작가들의 책이 폐지 사이에 섞여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또 사고 싶었던 베스트 셀러를 얻기도 한다. 물론 돈 한 푼 안 들이고 얻으니 그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큰 자극제가 별로 없는 생활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주는 작디작은 행복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월요일도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 조금 일찍 서둘렀다. 그런데 책 한 질이 끈으로 묶여 한 쪽에 놓여있었다. 어린이 위인전이었다. 국내외 유명 정치가들과 과학자, 그리고 예술가들의 위인전이었다. 으레 단골로 등장하는 링컨, 처칠과 국내 위인으로는 이승만, 박정희 그리고 유관순, 뉴튼, 베토벤 등등.

그런데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위인전에 조금 불만이 있다. 각 분야에서 간난신고 끝에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소개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모두 수퍼맨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같이 범부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초능력자들이다. 좀 문자 써서 표현한다면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문일지십(聞一知十)형 인간들이다.

그러나 내 아이들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를 들으면 둘 셋까지는 알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능력 밖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 위인전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부터 총명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극성 엄마들이 부러워하는 능력은 죄다 갖췄다. 여기서부터 난 기가 질린다. 좀 못하는 구석도 있고 실수도 남 못지 않게(?) 잘 하며 심하면 철없는 짓도 많이 한 그런 인간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위인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물론 반면교사로 추천하고 싶은 이들은 많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의 장들 중에 정말 멋진 이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러나 아직 내 자식에게 바로 이분이다 하고 권해주고 싶은 이는 별로 없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까짓 테니스장 좀 독점해 치면 어떻고 가진 돈이 30만 원도 안 되는 사람을 국민들 세금으로 보호해주면 어떠랴.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은 그렇게 돈이 없다면서 자식들은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내 자식에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잊을만 하면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코미디 프로가 있다. 바로 지자체 의원들부터 시작해서 국회 의원까지 빠짐없이 가는 해외여행이다. 사비로 다녀오는 여행이면 왜 기자들이 물고 늘어질까. 연구 혹은 공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세금으로 다녀오는 해외여행이니 냄새 맡는데 귀신인 기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고 한다. 매년 의원들의 평균 재산을 보면 우리네 서민들의 그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나도 너무 난다. 그런 분들이 기껏 몇 십에서 몇 백만 원 하는 여행경비 아끼려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보기 안 좋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자식을 낳기는 했지만 부모로서 내가 한 역할은 거기까지인 것 같다. 낳고 키우고 하나는 결혼까지 시켰으니 우리 나라 부모의 평균 역할은 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자식은 겉만 낳지 속까지 낳을 수는 없다고 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옳은 말이다. 그저 큰 탈 없이 평범하게 소시민으로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 과정에서 각 분야 멘토들이 들려주는 지혜들을 소개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위인전이 정말 필요하다.

영양의 고른 섭취라고 해야 할까, 부모가 줄 수 있는 영향은 줄 만큼 주었다는 생각에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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