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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제비가 왔다

 

제비가 어제부터 보이는가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여러 마리가 곡예를 하듯 날아다닌다. 반가운 마음에 휴대폰을 카메라 모드로 해놓고 기다리니 하던 짓도 멍석 깔아 주면 안 한다고 멀리 갔다가 배회하듯 날아와서는 셔터를 누를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날아간다.

제비가 다시 왔다. 올해는 어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으려나 궁금하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아침마다 늘 반겨주는 까치나 참새도 반갑지만 제비는 유독 반가운 이유가 있다.

흥부 형제의 박 씨를 욕심내서 반가운 것이 아니라 제비는 집을 사람들이 사는 처마 에다 지어서 사람과 같이 생활하듯 한다는 것이다. 집을 새로 짓거나 아니면 사용하던 집을 재사용하는데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린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요.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이에요 한다. 그런 당당함이 좋아서 제비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새들은 보통 높은 나무 위나 은밀한 곳에 집을 짓고 산다. 가장 친숙한 참새란 놈도 옛날에는 사람이 사는 집 처마 끝 부분에 이엉을 뚫고 들어 거서 알을 낳고 새끼를 쳤다. 지금은 초가지붕이 다 사라졌으니 어디에 집을 짓고 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초가집을 짓지 않으니 참새들은 졸지에 집을 잃고 집시가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자기들 생각만 하고 집을 개량하다 보니 참새야말로 정말 황당하고, 집을 잃은 슬픔의 나날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스레 미안함까지 몰려오는데 사람들은 자기들만 편하게 살면 되었지 수천 년을 같이 살아온 참새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이 부분에 매우 미안한 생각이 든다. 콘크리트 집에 참새가 깃을 들여 산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적도 본 적도 없기에 정말 참새들은 어디에 살지 하는 궁금증이 증폭된다.

그런 걸 보면 제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가까이에 있다. 초가집이 많던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주거 문화에 대해서는 사람만큼이나 아니 사람과 같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초가집이 아니라고 제비가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콘크리트 건물이라고 해도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는 건물이면 제비는 깃을 들인다. 더군다나 시내 복잡한 곳에도 제비는 서슴없이 집을 짓고 산다. 대부분의 새들은 도시로 접근하는 것을 꺼리는데 유독 제비는 복잡함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먼 거리를 여행하다 보니 보는 것이 많아서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지 모르겠다. 집만 나가도 동네만 벗어나도 큰일 나는지 아는 사람처럼 참새들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가끔은 나도 참새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그러나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삶을 이어가다 보니 세월은 벌써 생각보다 많이 흘렀다.

오늘 제비를 보니 더욱 제비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몇 년 전부터 꿈꾸는 일이지만 이런저런 일로 쉽지 않다. 꽃이 피는 따듯한 봄이면 제비처럼 돌아오고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남쪽 나라로 가서 사는 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올해부터는 그런 꿈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돌아온 제비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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