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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인에 강요된 감성 거부 남성 중심 시단에 돌을 던지다

성역할 타성에 정면으로 도전
존재의 도전·좌절 민낯 그려

 

 

 

여성이라는 존재 조건을 은밀하거나 선정적이지 않게, 그러므로 보다 본격적이고 근본적으로 꿰뚫어보고자 했던 시인 김정란의 시들은, ‘삶’이라는 예외상태를, 안락하고 통속적으로만 대면하고자 했던 자들에게, 깊은 일격이 될 수 있다.

그 일격이 가장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는 것이 여기 소개하는 그의 첫 번째 시집이며 그러나 이 역설의 사투 혹은 전략으로 말미암아 보다 풍부한 시적 각성의 개화(開化)가 먼 훗날의 우리에게 예비되고 있었으니 지금 이 시간, 이 시집을 일독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여성 시인으로서 한국 시단이라는 남성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에 하나의 당대적이고 지속적일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단순히 한 명의 여성 시인이 아닌, 형이상학적 시의 투사라는 면모를 드러내며 치열한 존재 방황을 통한 존재 각성에의 열망 혹은 그것의 실패라는 결과물을 기록해놓았다는 점에서, 이 시집을 통한 김정란 시인의 등장은 하나의 파문과 다르지 않았다.

감성의 안락한 발설과 감정의 낯익은 배설이라는 시적 기대, 당대 여성 시인들에게 공공연하게 강요되었던 바로 그 기대-를 배반하고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그의 첫 번째 시집은 단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시집 속에서 긍정적 이미지들과 부정적 이미지들은 서로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도 결국 화해에 이르거나 봉합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오히려 각각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서로 약탈하고 있으며 그 약탈의 중심에는 삶이라는 질병이 있다.

이렇듯 시적으로 윤색한(된) 이미지들을 통한 삶의 성급한 화해가(를) 거부(당)하고 있다는 점은, 그녀가 좋은 시를 쓰는 시인임을 일깨워준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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