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유산여행]천년꽃절, 선암사 2

 

 

 

 

 

승선교를 지나 선암사로 한발자국 더 가까이 올라보자. 승선교를 지나면 승선교 홍예 사이로 바라보았던 강선루를 만난다. 강선루는 계곡에 기둥을 걸친 채 지어졌다. 승선교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그리 커 보이지 않더니 바로 앞에서 마주하니 우러러 보이는 게 생각보다 큰 누각이다.

강선루는 앞과 뒤의 편액글씨체가 다르다. 둘 다 고종시기에 쓰여 졌지만 쓴 사람들이 서로 다르다. 정면에 걸린 편액은 김돈희 선생이 쓴 것으로 조금 두껍고 부드럽지만 강인함이 느껴진다. 뒷면에 걸린 편액은 윤용구 선생이 쓴 것으로 가늘고 군더더기 없는 강선루의 느낌이 묻어난다. 두 개의 편액 중 어느 것이 더 강선루와 잘 어울리는가! 비교하고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이다.

강선루를 지나면 삼인당 연못을 만난다. 삼인당 연못은 통일신라시대의 연못으로 연못의 생김새가 아주 독특하다. 기다란 타원형 모양의 연못에 다시 타원형의 섬이 자리하고 있다. 연못가에는 세 그루의 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도선국사가 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연못에는 불교의 대의를 담고 있다. 큰 타원형은 ‘스스로 깨닫고 남들도 깨닫게 하라’는 ‘자각각타(自覺覺他)’, 작은 타원형은 ‘스스로 많이 배우고 닦아서 자기를 완성하고 남을 이롭게 하고 남을 가르쳐서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의미가 담겨 있다. 두 가지 대의 중 어느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하는 연못이다.

연못을 지나 만세루 앞에 서보자. 만세루는 부석사의 안양루처럼 루 아래로 진입하는 누하진입의 형태가 아니다. 만세루 좌우를 돌아 들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만세루는 강당으로 학승들에게 강학을 하는 곳이다. 만세루에는 ‘육조고사(六朝古寺)’라고 쓰여진 편액이 있는데 ‘고사’는 오래된 사찰이라는 의미이다. ‘육조’는 중국 선종의 창시자 달마대사를 일조로, 그 법통을 6번째로 이은 분이 혜능선사이다. 그래서 혜능선사를 육조 혜능이라고 부르는데, ‘육조고사’란 ‘혜능선사의 법통을 이어받아 선종을 널리 전파하는 유서 깊은 오래된 사찰’이라는 의미이다.

만세루를 돌아 들어가면 대웅전을 만난다. 대웅전 마당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마당 좌우로 신라시대의 전형적인 3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3층 석탑은 보물 제395호이다.

대웅전 마당에서 삼층석탑이외에도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바로 괘불지주이다. 괘불지주는 9시, 10시, 2시, 3시 방향으로 각각 자리하고 있다. 괘불지주는 법회 시 대형 불화인 괘불을 걸어두는 곳이다. 겉모습은 당간지주와 비슷하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모신 전각이다. 대웅전의 특이한 점은 석가모니만 모셔져 있다는 것이다. 보통 좌우로 협시보살이 함께 하기 마련인데 선암사 대웅전에는 협시보살이 없다. 대웅전 협시보살과 함께 선암사에는 없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사천왕문이다. 보통 일주문을 지나면 사천왕문을 만나게 되는데 선암사에는 사천왕문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대웅전에 어간문이 없다. 선암사는 어간문과 협시보살, 그리고 사천왕문이 없는 ‘3無’의 절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선암사에는 왜 이 3가지가 없을까?

선암사는 조계산에 자리하고 있다. 조계산의 주봉이 장군봉인데 이 장군봉이 선암사를 지켜주고 있어 사찰을 지켜주기 위해 사천왕이 자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웅전에 협시보살이 없는 이유는 대웅전에 자리한 석가모니불이 수행을 방해하는 악마를 항복시키는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처님처럼 깨달은 분만이 어간문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대웅전에 어간문을 만들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모니불이 모셔진 선암사 대웅전은 소원명당으로 이름난 곳 중의 하나이다. 대웅전에 계신 부처님께 한 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보는 것도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