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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자선걷기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수상한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2만2천여 명이 참석하여 ‘희망나눔 1m1원자선걷기’ 행사가 펼쳐졌다. 1m당 1원씩 기부금을 모금하는 캠페인이다. 모금된 기부금 전액은 도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국내 최대 나눔 워킹캠페인이다.

어느 대학 졸업식에서 총장이 들려준 식사(式辭)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기 밖에 몰라”라는 말을 하면서 공동체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각자 나름대로 기여하라고 당부했다. 우리 곁에 불행한 이웃을 두고 혼자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이 세상에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만큼 숭고한 일이 있을까.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 이런 글이 나온다. 안데스 산맥에 불시착한 조종사 기요메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고통스러운 걸음을 한 발 한 발 걸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내가 지금 살아 있다면 걷고 있으리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걸어야 한다”라는 확신이었다.

어떠한 난관 속에서도 이상을 위해 끊임없는 발걸음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가 걷는 걸음이 고난의 길일수도 있지만 자선걷기는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아름다운 걸음이다.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을 보내는 걸음이다. 작은 나눔이라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나눔의 가치다. 예년보다 당일 현장에서 접수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날 2만2천여 명이 자선걷기에 나서 3억여 원의 모금이 이뤄졌다. 모금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단체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인정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모금은 산소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선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어려운 이웃을 보듬고 살펴주는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훈훈하다. 이렇듯 기부문화가 바뀐다는 것은 한국 시민사회가 그만큼 성숙해진다는 얘기다.

경기적십자사가 펼치는 열여섯 번째 역대 자선걷기를 통해 40억 원이 넘게 모금했다. 그동안 도내 소외계층에게 주거환경개선 및 생필품 지원, 겨울나기 물품 지원, 청소년 학습 환경개선, 난치성질환 어린이지원, 예비맘 산모용품지원, 사랑의 김장 나눔 등에 알차게 써졌다.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심어줬다. 이날 자선걷기를 마친 후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한 나눔 콘서트가 이뤄져 자선걷기의 즐거움이 배가(倍加)됐다.

음식은 어떤 분위기에서 누구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음식에 내밀한 감정이 겹쳐지면 어떤 밥은 목이 멘다. 또한 어떤 밥은 벅찬 회한(悔恨)의 슬픔과 함께 삼켜야만 비로소 넘어간다.

걷기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누구나 걷는다. 그냥 무작정 걷는 것보다는 누구와 함께 뭘 위해 걷는가가 중요하다. 발걸음도 가볍다. 자선걷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다. 참여한 나이어린 학생들은 나눔의 의미를 알아간다. 부모와 함께 손잡고 걷는 가족들, 동료 직장인, 일반인들이 한데 어울려 걷는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자선 걷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이웃에게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주는 일이다. 명예로운 나눔 실천이다. 나눔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행복과 나눔은 우리가 언제나 생각하면서 살아가야할 주제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할 일을 추려보면 두 가지다. 스스로 행복할 일과 이 행복을 주변에 나눠주는 일이다. 행복이란 기분 좋은 느낌이다. 기분 좋은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인생에는 나눔이 필요하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다른 이들과 나눠야 한다. 좋은 차도 누군가와 마셔야 향기롭다. 좋은 시간도 누군가와 나눠야 기쁘다. 나눔이 없는 삶이란 그 자체로 징벌이라 하지 않던가. 어려운 이웃, 소외된 이들과 공감하고 따뜻한 감정을 나눌 때 우리는 더 넓고 행복한 세상을 만날 수 있다.

홀로 문을 걸어 잠그고 모든 것을 ‘혼자 차지하는 독식(獨食)’은 마치 고인 물처럼 살아가는 것과 같다. 그 물은 언제 가는 썩는다. 나눔이 없으면 어떤 감정도 메마른다. 어떤 재물도 그 가치를 잃게 된다. 성공은 다른 이들과 나눌 때 참된 의미가 있다. 기쁨 역시 함께 공유할 때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나눔을 실천하는 삶이 중요한 이유다. 해마다 경기적십자사가 희망 나눔 1m1원 자선걷기를 주최하는 참 뜻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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